<충정로 칼럼> 시험인증서, 애물단지에서 복덩이로 거듭나야!

2013-10-15 18:24
-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표준원 적합성정책국장 이상진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표준원 적합성정책국장 이상진.


원전 부품, 철도 부품, 조선기자재 부품. 이들은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에 사용되는 주요 부품이며, 최근 위·변조 시험성적서 사건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불러일으킨 분야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그동안 생소했던 시험인증분야의 신뢰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급속한 산업 발전을 이룬 우리나라에서 '좋은 게 좋다', '빨리 빨리' 식의 과거 사고방식에 안주하여 신뢰성을 간과한 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래 전 일이지만 2006년 서울 서래마을에서 한 프랑스인 집 냉동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수사 진행 당시 프랑스측은 우리 국과수의 능력을 불신하기도 했으나, 국과수가 한국인정기구(KOLAS)로부터 인정받은 국제공인 시험기관으로 국제적으로 공신력을 확보하고 있어 증거를 인정받고 프랑스인 부모를 검거한 바 있다. 또한 우리나라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조선분야에 있어서도 현대·삼성중공업 등은 KOLAS 제도를 활용해 국제공인 시험성적서를 발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해외에 의뢰하는 시험비용과 시간을 절약하는 한편 선주들의 요구사항에 부합하고 있다.

이처럼 시험성적서·인증서를 발급하는 시험인증분야는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개발할 때도 얼마만큼의 성능을 발휘하고 품질을 보증할 수 있는지 시험인증을 통해 증명해야 한다. 원전이나 철도 시험성적서는 국민의 안전과도 직결되어 있으며, 선박 등 거대한 제품 수출을 위해서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기본 인프라이며 또 하나의 서비스 산업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운영하는 KOLAS는 국제인정기구(IAF 및 ILAC)로부터 공인을 받아 우리나라의 시험기관 및 인증기관을 국제공인 시험인증기관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현재 700여개 시험인증기관이 인정받고 있으며, 이들 기관이 발행한 시험성적서·인증서는 국제인정기구에 가입한 66개 국가들에서 상호 통용될 수 있다. 국제상호인정을 통해 그 나라의 기술규제를 피할 수 있으며, 수출기업을 지원하고 무역을 촉진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IAF(제품·경영인증) 및 ILAC(시험·검사·교정기관) 합동총회를 2010년 유치해 올해 개최하게 돼 시험인증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인정기구에 가입한 주요 국가 70여개국 300여명의 대표들이 모여 새로운 수요의 시험인증 동향을 논의하는 동시에 관련 규정을 만들고 서로 협력해 나가게 된다.

우리나라도 기존 국내 중심의 시험인증 활동에서 벗어나 기술회의에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하고,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할 예정이다. 합동총회에서는 시험인증산업의 경쟁력 강화방안에 대한 제안과 우리나라의 국제활동 기여방안도 발표해 우리나라 시험인증분야의 신뢰성·공신력을 더욱 공고히해 나가고자 한다.

KOLAS 같은 국제공인 인정제도가 확산되지 않은 법정 시험기관들과 국내 대부분의 시험인증기관들도 보다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국제수준의 시험인증체계를 갖추고 신뢰성과 공신력을 확보할 때라고 생각한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라는 속담이 있다. 부정 시험성적서 사건으로 실추된 시험인증분야의 신뢰성과 공신력을 회복하고 더욱 철저히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낙후된 시험인증분야는 새로운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으로서 '환골탈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