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FBSI, 10분기 연속 기준치 밑돌아…양극화도 심화”
2013-10-10 14:24
아주경제 박재홍 기자=우리나라 기업들의 자금사정을 나타내는 기업자금사정지수(FBSI : Business Survey Index on corporate Finance)가 10분기 연속으로 기준치를 밑돌며 기업들의 자금 압박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의 자금사정에 대한 양극화도 더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는 최근 전국 500개기업을 대상으로 ‘2013년 4분기 기업자금사정지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분기 전망치가 기준치(100)를 밑도는 ‘92’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 3분기 이후 10분기 연속 기준치를 하회하는 기록이며 지난 2분기 95를 기록한 이후 3분기 연속 하락한 수치다.
FBSI는 기업들의 자금흐름을 수치화(0∼200)한 것으로 100을 넘으면 전 분기보다 해당 분기의 자금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을 뜻하며,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대한상의는 “지난 8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482조원에 달해 지난해 8월 기준 459조원에 비해 23조원 이상 자금 공급이 확대되었지만 금융기관이 담보나 우량대출을 선호하는 현상이 지속되며 영세 중소기업 자금사정은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자금 공급의 확대도 중요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이 일시적인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해 경영난을 겪지 않도록 자금 수요환경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업규모별로는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기업(101)은 4분기 자금사정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기대됐으나 매출 부진의 영향이 크고 외부자금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91)은 자금사정이 여전히 좋지 않을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의는 “최근 일부 대기업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지만, 대기업의 경우 현금수입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현금흐름 보상비율이 지난 2분기 64.3%로 전년 동기(53.8%) 대비 10%p 상승할 정도로 자금흐름이 양호하고 주식, 유보금 활용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며 “반면 중소기업은 낮은 신용도 때문에 주식, 회사채 등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가 미미하여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 자금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중소기업의 일반 회사채 발행실적은 3건에 200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금액이 37.5% 줄었다.
4분기 자금사정이 악화될 것이라고 답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매출감소(45%) △제조원가 상승(24.7%) △금융기관 대출 곤란(15.6%) △금융비용 부담 증가(8.3%) 등을 꼽았다.
자금조달 시장상황 전망치도 96으로 집계돼,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고 웅진그룹, STX그룹, 동양그룹 사태 등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회사채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돼고 있는데다, 신용등급이 낮은 비우량 기업의 회사채 발행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상의 측은 분석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최근 내수 출하 증가, 투자지표 개선 등 경기 회복의 조짐이 나타나는 가운데 자생력이 약한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어렵다”며 “매출이 늘어도 당장 필요한 운영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흑자 도산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금융권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고 기업 역시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위한 자발적인 노력을 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