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세 들어갈 집이 없다"…이사철 전세대란 극심
2013-10-09 14:03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2년새 전셋값이 1억원 가까이 올랐습니다. 하지만 둘째 아이가 고교를 졸업하기 전까진 살아야 해서 대출을 받아 재계약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지모씨)
전셋값 상승세가 도무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전셋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8·28 전월세대책은 일부 매매수요를 자극하는데 그쳤을 뿐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로 접어들면서 전셋값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학군수요가 몰리는 서울 강남권의 전셋값은 2년 전에 비해 1억원 이상 오른데다 집주인들이 월세나 반전세를 선호해 전세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역삼동 개나리래미안아파트 단지내 래미안공인 관계자는 "대부분 전세를 재계약하면서 1억원 가량 보증금을 얹어줬다"며 "2년 전 5억8000만~6억3000만원 선이던 전용 84㎡ 전셋값이 지금은 7억원 미만 물건은 아예 없을 정도로 올랐다"고 전했다.
그나마도 온전한 전셋집은 극소수다. 전세 수요가 넘치면서 순수 전셋집은 매물이 나오자마자 계약이 이뤄지고, 남은 매물은 반전세가 대부분이다.
총 3002가구 규모로 강남구 신축 아파트 중 최대 단지인 도곡렉슬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2011년 6억3000만~6억7000만원 선이었던 전용 84㎡형의 전셋값이 올초부터 급등해 현재는 7억5000만~8억원까지 올랐다.
인근 렉슬탑공인 윤종규 대표는 "이 일대는 이른바 명문학군이기 때문에 전셋값이 올라도 세입자들이 끊이지 않는다"면서 " 그렇다보니 집주인들이 원하는 대로 월세·반전세 전환이 빠른 편"이라고 설명했다.
명문대 진학률이 높고 학원가가 몰려있어 '강북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노원구 중계동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중계동 청구3차 아파트 전용 84㎡형은 지난 8월까지 전셋값이 3억2000만~3억4000만원선이었지만 현재 3억6000만원에 달한다. 그나마 전세 매물은 거의 없고 대부분 월세 또는 반전세라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전언이다.
청구공인 관계자는 "전세는 대부분 재계약이 많고, 세입자가 나간 매물은 보증금 1억원에 월 130만원, 2억5000만원에 50만원 정도에 나온다"라며 "한달 전 시세를 알아보고 최근 재방문했다가 그새 오른 전셋값에 돌아간 방문자도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매매전환을 유도해 전월세난을 해소하겠다는 정부 대책이 시장에서 쉽게 먹혀들지 않고 있다. 전세가율이 60~70%에 달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는데도 취득세율 영구 인하 시점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생애최초 수요자 외에는 매매전환에 나서는 이들이 드물다.
강남구 대치동 아이파크공인 이상수 실장은 "지난번 취득세 인하 조치로 급매물은 대부분 소진됐다"라며 "취득세 영구 인하가 시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매매가도 조금씩 오르면서 매매전환 보다는 차라리 반전세가 낫다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