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하나 했더니'…금융공기업 '낙하산 논란' 재점화

2013-09-25 16:23

서근우 한국금융연구원 기획협력실장(왼쪽부터), 최경수 현대증권 전 사장, 홍영만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박근혜정부 출범 후 금융권을 떠들썩하게 했던 '관치 및 낙하산 인사' 논란이 금융공기업을 중심으로 재점화될 조짐이다. 한국거래소와 신용보증기금의 이사장 선출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당초 내정자로 언급됐던 후보들이 사실상 차기 이사장에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보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이사장 공모에서 서류전형을 통과한 후보 8명을 상대로 면접을 실시했으며 서근우 한국금융연구원 기획협력실장, 남상덕 전 한국은행 감사, 권의종 전 신보 전무 등 3명을 금융위원회에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임추위가 후보 3명을 금융위에 추천하면 금융위원장이 최종 후보를 청와대에 제청한다. 특별한 사항이 없다면 대통령이 최종 후보를 신임 이사장으로 임명하게 된다.

그런데 이사장 내정설에 휩싸였던 서 실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알려지면서, 정부가 과도하게 인사에 개입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올해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을 비롯한 몇몇 금융연구원 출신들이 금융권 주요 요직을 맡자, 인맥에 따른 인사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만약 서 실장이 이사장으로 확정될 경우 노동조합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서 실장의 이사장 내정설이 제기되자 노조는 절차를 무시한 인사라고 비판했다.

문준식 노조 부위원장은 "공모 절차가 시작되기 전부터 내정설이 나온 자체가 잘못"이라며 "서 실장이 이사장에 선임되면 법과 원칙을 무시한 절차적 하자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서 실장 내정설이 제기되면서 신보에 열정을 갖고 있는 많은 능력이 있는 분들이 공모 조차 못한 사태가 발생했다"며 "내부 및 외부, 개인의 자질을 떠나 원칙에 어긋나는 이사장 선임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 역시 낙하산 인사 의혹으로 뒤숭숭하다. 현재 거래소 차기 이사장에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사장은 2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장으로 선출된 뒤 금융위원장 제청과 대통령 임명 절차를 거쳐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거래소 노조는 "지난 9일 부산 본사 방문 시 금융위 부위원장이 거래소 임원에게 최 전 사장 내정을 통보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고 주장했다. 최 전 사장은 행정고시 14회로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중부지방국세청장, 조달청장 등을 거쳤다.

다른 금융공기업들도 이사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예상된다. 기술보증기금의 경우 한 동안 신보 이사장 내정설이 돌았던 홍영만 금융위 상임위원이 유력한 차기 이사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과 코스콤 역시 사장추천위원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사장을 선임하지만, 정부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