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자유무역지대는 '문화천국'

2013-09-26 08:34
비디오게임, 트위터·페북도 마음껏, 크리스티 예술품 경매도 자유롭게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현재 중국 대륙에서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의 위(Wii) 같은 비디오게임기기 수입판매가 불법이다. 페이스북·트위터 접속도 금지돼 있다. 크리스티·소더비 같은 외국 기업들은 예술품 경매도 자유롭게 할 수 없다. 하지만 다음달 1일 출범하는 상하이(上海) 자유무역지대에서는 가능해질 전망이다. 중국 당국이 상하이 자유무역지대에서 문화영역 빗장을 풀 계획이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중국 IPTV 업체인 바이스퉁(百視通·BesTV)과 손잡고 중국 비디오게임 시장에 진출한다. 바이스퉁은 지난 23일 상하이 거래소 공고를 통해 MS와 손잡고 7900만 달러를 공동 출자해 중국 상하이 자유무역지대에 합작 게임벤처회사를 설립하고 중국 차세대 가정용 게임기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상하이바이자허(百家合)정보기술발전유한공사라고 명명된 이 합작회사는 바이스퉁와 MS가 각각 지분 51%, 49%를 보유하게 된다. 비디오게임기와 게임 소프트웨어의 생산 및 판매가 주력사업이 될 예정이다.

중국은 지난 2000년부터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이유로 MS의 엑스박스, 닌텐도의 위,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를 비롯한 비디오게임기의 중국 내 생산·판매를 공식 금지시켰다. 하지만 젊은층에서는 해적판이나 온라인 거래를 통해 불법구매해 왔다.

하지만 MS의 상하이 자유무역지대 내 합작 게임벤처회사 설립을 계기로 지난 13년간 금지된 비디오게임 시장의 빗장이 공식적으로 풀릴 전망이다. 중국 비디오게임 시장이 향후 10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하기도 했다.

26일에는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가 상하이 징안(靜安) 샹그릴라 호텔에서 예술품 경매행사를 연다. 서구 경매회사가 단독으로 중국 땅에서 경매를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매에는 미술품, 보석, 명품시계, 명주 등 총 42점이 출품된다. 크리스티는 상하이 당국과 논의해 자유무역지대 내 상품창고도 건축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현재 크리스티는 싱가포르, 런던, 뉴욕에 창고를 운영하고 있다.

크리스티가 상하이를 낙점한 것은 상하이 자유무역지대 공식 출범을 앞두고 무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말 중국 당국은 상하이 자유무역지대 내 외국 기업이 독자적으로 예술품 경매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정책을 마련했다. 상하이는 이번 자유무역지대 출범을 계기로 상하이를 아시아 최대 미술품 시장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페이스북, 트위터, 뉴욕타임스 등 금지 사이트에 대한 접속 제한도 해제되며 언론의 자유도 보장될 것이라는 소식이 24일 홍콩 매체를 통해 흘러나왔다.

중국은 2009년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서 유혈충돌 시위가 발생했을 당시 위구르계 반체제 인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시위를 독려하는 글을 남긴 이후 페이스북과 트위터 접속을 차단해 왔다. 또 지난해 말 뉴욕타임스가 원자바오 전 총리 일가의 부정축재 의혹을 보도하자 뉴욕타임스 인터넷 사이트 접속도 차단했다. 이에 따라 우회접속 프로그램을 이용해야만 해당 사이트 접속이 가능했다. 하지만 28.78㎢ 면적의 상하이 자유무역지대에서만큼은 중국 검열 시스템인 '만리방화벽(만리장성+방화벽 합성어)'이 뚫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