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당신의 집에는 소화기가 있습니까?

2013-09-25 09:34

군포소방서 재난안전과 민원팀장 임형재

(사진=군포소방서 재난안전과 임형재 소방위)
유난히도 무더웠던 지난 8월 중순, 기록적인 폭염에 전력수요는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고, TV에서는 연일 에너지절약 홍보와 전기관련 화재사고를 다뤘다.

공공기관과 고층 빌딩은 물론, 최근에는 가정집에도 대부분 에어컨이 설치되어있으며, 뿐만 아니라 수많은 전기관련 가전제품들이 사용되고 있다.

어느덧 우리사회에서 전기를 이용한 가전제품의 비중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제는 이것들이 없이는 단 하루도 생활하기가 힘들 정도로 우리에겐 익숙해져 버렸다. 이렇듯, 인간의 풍요롭고 질 높은 삶을 위하여 만들어진 제품들이지만, 최근 사건사고의 주범으로 자주 등장하고 있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조삼모사[朝三暮四]’ 라는 사자성어의 뜻은 ‘아침에는 4를 주고 저녁에 3을 주면 좋아하지만, 아침에 3을 주고 저녁에 4를 주면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라는 사자성어이다. 즉 어느새 익숙해져버린 오늘날의 사회에서 이미 보급되어 사용하고 있는 이 물질문명을 줄이기에는 조금 멀리 왔나 싶기도 하다. 줄일 수 없는 것이라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증가할 전자제품에 대하여 좀 더 숙지하고, 그 위험요인을 미리 제거할 필요성이 있다.

소방관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인간이 의도적으로 저지르는 방화[放火]를 제외한다면, 가장 많은 화재 요인은 “전기”가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생각할 수 있다. 감히 언급을 해보자면, 물질문명은 급속도로 발전하였지만, 국민들의 안전의식은 그 발전 속도에 발맞추어 따라가고 있지는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어떠한 계기를 통하여 배우고, 익숙해지는 경향이 많다. 계기 없이 먼저 익히는 경우는 사실 그리 많지 않다. 그 예로, 얼마 전 전력공급단계가 주의 – 경계 단계를 발령한 적이 있는데, 그때가 되어서야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전기가 얼마나 우리에게 중요하고 없어서는 안되는지에 대하여 깨닫고,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이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비단 전기를 이용한 가전제품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전기 이외에도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은 얼마든지 존재하며, 물질문명이 발전한다고 해서 그 위험요인이 반드시 반비례하라는 법칙 역시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험요소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요소는 무엇일까? 바로 당신의 경각심, 즉 ‘관심’이다. 우리는 위험요소를 줄이기 위하여 많은 비용을 들여 소방시설을 설치하고, 곳곳에 소화전과 급수탑등을 설치해 두었다.

그러나 막상 자신의 안전과 가장 근접하여있는 시설인 옥내소화전이 무엇인지, 하물며 옥외소화전과 연결살수설비가 무엇인지조차 모를뿐더러, 자신의 집에 소화기가 있는지 없는지 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설령 있다고 치더라도, 그 사용방법까지도 숙지하고 사용 또는 관리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옛말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 라는 말이 있는데 이미 화재가 발생한 경우라면, 가장 좋은 현상은 ’초동진화‘일 것이다. 소화기로 막을 수 있는 것을, 소방차로, 그 외의 소방활동설비 등으로 내지는, 겉 잡을수 없이 커져버릴 수도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집에는 소화기가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