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 경계 무너지다"
2013-09-22 18:01
아주경제 홍성환·한지연 기자= 유통업체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과거 백화점·대형마트·온라인몰 등이 각자의 울타리 안에서 경쟁하던 모습과 달리, 하나의 소비자를 놓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것이다
또 유통업체는 제조업으로, 제조업체는 유통업으로 각각 사업 범위를 넓히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 백화점·대형마트·홈쇼핑·온라인몰 모두 라이벌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대형마트·홈쇼핑·온라인몰 등 업태별로 각자의 소비자군을 형성하던 유통업계 환경이 달라졌다"며 "이제는 오프라인·온라인 유통업체들이 모두 경쟁하는 환경으로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 짜내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의류는 백화점에서 구입한다는 공식이 무너졌다. 모바일쇼핑 환경 개선과 지속되는 불황으로 온라인쇼핑몰·홈쇼핑이 그 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 의류 매출은 올해 들어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백화점 여성정장 매출은 올해 들어 전년 동기 대비 역신장했다. 여성 캐주얼과 남성의류 매출도 꺾인 상태다. 반면 홈쇼핑은 패션 상품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며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서 주로 구매하던 생필품도 온라인쇼핑몰을 이용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세제·화장지·위생용품 등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같은 때와 비교해 27%나 늘었다. 가공식품 매출 역시 같은 기간 17% 증가했다. 특히 라면과 통조림은 각각 34%·43%씩 급증했다. 11번가 역시 개인 위생용품·세제·휴지·생수 등 생필품 매출이 같은 기간 38% 상승했다.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업체들이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11번가 측은 "집까지 배달되는 온라인몰의 장점을 이용해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번들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유통·제조업간 경계 무너졌다"
유통업체과 제조업체 사이의 경계도 모호해졌다.
대표적인 것이 PB상품이다. 대형마트들은 PB상품을 출시하며 제조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대형마트에서는 1만여개의 PB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대형마트 전체 매출 가운데 PB상품이 25% 정도 차지하고 있다. 상품의 종류도 가공식품을 비롯해 생활용품·가전제품 등 다양하다.
패션업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계열사를 통해 패션 브랜드를 선보이거나 PB상품을 직접 출시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인수한 한섬, 신세계백화점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자체 소싱력을 강화하고 있다. 홈쇼핑의 경우 GS샵·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은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 브랜드로, CJ오쇼핑은 자사 PB의류로 자체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유통업체들이 자체 브랜드를 선보이자 패션업체들도 반격에 나섰다. 패션업체들은 유통업에 진출하며 기존 대기업 유통망에 의존하던 것에서 탈피해 자체 판매망을 확대하고 있다.
패션그룹형지는 지난 4월 바우하우스를 인수한 뒤 4개월간의 공사를 거쳐 지난달 서울 장안동에 쇼핑몰 바우하우스를 개관하며 유통업 진출을 알렸다.
세정 역시 전국 380개의 인디안 매장을 편집매장 웰메이드로 개편키로 했다. 웰메이드는 기존 가두점에 편집숍 개념이 더해진 유통 브랜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