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주차장은 CCTV 사각지대(?)…도난사고 줄줄이에 보상 전혀 없어

2013-09-11 14:57

아주경제 장윤정 기자= #. 해외출장에서 돌아온 오씨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경찰서로 뛰어가야 했다. 인천국제공항 노상주차장에 주차해둔 오씨의 차량에 도둑이 들었기 때문이다. 도둑은 오씨가 차 안에 둔 DSLR 카메라와 고가의 렌즈, 블랙박스 SD카드를 훔쳐갔다.

사고 접수를 위해 경찰서에 도착한 오씨는 자기처럼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이 수두룩한 것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앞서 신고를 접수한 신혼부부는 결혼식 때 받은 축의금을 차 안에 뒀다가 몽땅 도둑맞았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경찰은 인천공항 노상주차장의 CCTV가 대부분 차량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입구 등 통로를 비추고 있고 작동이 안 되는 폐쇄회로TV(CCTV)가 많아 식별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인천공항측도 주차장은 위탁업체에 하청을 주고 있다며 직접 보상하기를 거부했다.

인천공항 지상주차장에 설치된 CCTV가 무용지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본지 취재 결과 인천공항 지상주차장에서 한 달 평균 30~40건의 도난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경찰대에 의하면 휴가철 등 성수기에는 하루 2~3건, 비성수기에는 1~2건가량 꾸준히 차량 도난사고가 발생한다. 특히 휴가철, 추석연휴 등 해외여행 이용객 수가 늘어나는 시기에 차량털이들이 기승을 부린다. 하지만 수사는 전혀 불가능하다.

경찰대측은 "주차장에 설치된 CCTV가 차량을 비추는 게 아니라 대부분 입구 쪽을 향하고 있어 사각지대가 많다"며 "차량털이들이 일부러 사각지대에 주차된 차들을 집중적으로 노린다"고 말했다.

또 그는 "경찰대 인원 5명이 순찰을 돌고 있지만 당직·휴가자까지 합치면 3~4명이 실제 순찰하기 때문에 인원이 부족하다"며 "설혹 순찰을 한다 해도 그 넓은 주차장을 일일이 살펴볼 수도 없고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접수된 피해사례는 다양하다. 먼저 차 안에 둔 현금·귀중품 등이 1차 도난 대상이다. 출국 전 차량에 현금을 둔 신혼부부가 많아 몇백만원 이상의 도난사고도 심심찮게 접수된다. 골프백과 카메라를 비롯해 고가의 오디오시스템·블랙박스 등도 범행 대상이다. 특히 블랙박스는 범인의 얼굴이 찍혀 있을 수 있으니 SD카드를 빼거나 통째로 뜯어간다.

실제 차량 자체의 손상이나 도난은 보험 등 여러 방향에서 보상이 가능하지만 내부에 둔 물품·현금의 도난은 피해규모를 입증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노상에 방치해둔 차량이 아니라 주차장에 비용을 지급하고 주차한 차량에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에 대해 책임을 질 주체가 없다는 사실에 피해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편 주차장 내부 CCTV를 확인해본 결과 실제 작동하지 않는 CCTV도 다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수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인천공항측에 문의한 결과 "도난사고 등에 대해 인지는 하고 있으나 주차장 운영은 하청업체에 위탁하고 있어 직접 피해보상을 하기는 어렵다"고 답변했다. 또 공항측은 "노후화된 CCTV·사각지대 등을 개선하고 순찰을 강화하기 위해 투자를 감행, 연내 CCTV 시스템 개선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CCTV 전문업체 윈포넷 권오언 대표는 "대부분 주차장 운영 시 CCTV를 최소의 운영요건에 맞춰 설치하는 경향이 있다"며 "설치 후 방치하는 경우도 많아 노후화된 CCTV를 교체하고 지속적으로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운영예산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공항 지상주차장의 경우 총 8200여대 이상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으며 장기주차 차량이 74%를 점유하고 있어 주차공간이 부족하다. 공항공사는 이에 따라 300억원을 투자, 20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빌딩을 건립하고 주차요금도 인상할 예정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5000억원의 흑자를 냈으며 주차장 운영으로 약 3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피해자들은 "정당한 주차장 이용요금을 내고 주차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 발생 시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부당하다. 공항이 벌어들이는 돈을 사용자 편의와 보안에 투자한다면 보다 안전하게 공항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