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난 1년, 유민규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2013-09-10 09:25
'주군의 태양' 훈남 귀신 유민규 "지난 1년, 변화의 연속이었다"

유민규[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배우 유민규가 변했다. 지난해 3월 케이블채널 tvN '닥치고 꽃미남 밴드'(이하 '닥꽃밴')의 종영 이후 1년 6개월 만에 다시 만난 유민규는 수줍음 많던 소년에서 긍정의 에너지가 물씬 풍기는 청년으로 변해있었다.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주도하기도 했고, 귀여운 미소를 던지는 여유까지 보였다. 밝아진 모습이 보기 좋다고 칭찬하자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 일들로 인해서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너스레까지 떤다. 솔직담백한 인터뷰를 원한다며 또 한 번 분위기를 리드한다. 유민규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신중을 기울이던 그때 그 유민규가 맞나 싶을 정도로 변해 있었다.

유민규의 말처럼 그의 지난 1년 6개월은 변화의 연속이었다. 스스로 선택한 도전도 있었지만, 누군가의 제안에 의해 이뤄진 변화도 있었다.

'닥꽃밴' 이후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에 출연하면서 연기의 폭을 넓히더니,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 무대에 올라 관객과 호흡하기도 했다. 또 김조광수 감독의 퀴어 영화 '하룻밤'에 출연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걸으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게다가 공유, 전도연, 공효진 등 연기파 선배 배우가 포진되어었는 소속사에 둥지를 틀기까지 했으니 그에게 지난 1년은 변화와 도전의 연속이었다.

변화의 길을 걷는 데는 분명 힘들고 고된 자신과의 싸움이 있었을 테지만 결국 그것은 유민규에게 ‘여유’라는, 배우로서 갖춰야 하는 내공을 가져다주었다.

잦은 변화와 도전이 버겁지는 않았느냐고 물으니 "재미있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신인 배우에게 도전은 당연한 것이고, 변화에도 역시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 하면 할수록 재미있는 것이 연기인데 지루할 틈이 어디 있겠냐는 유민규는 소속사를 옮기면서 든든한 아군 몇백 명을 얻은 기분이란다.

유민규[사진=남궁진웅 기자]
#. "'주군의 태양' 출연? 잊지 못할 기억"

유민규는 SBS에서 방송 중인 수목드라마 '주군의 태양' 5회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잊지 못해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귀신 역을 맡아 출연했다. 큰 키와 훈훈한 외모 덕분에 '훈남 귀신', '꽃미남 귀신'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유민규는 '주군의 태양'에 출연하면서 잊지 못할 추석 하나를 얻었다. 소지섭, 공효진과 한 장면 안에서 호흡한다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벅찼다는 그. 선배들의 연기를 옆에서 지켜보고 그들이 왜 ‘톱’이 됐는지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단다.

"정말 놀랐어요. 소지섭 선배와 공효진 선배가 스태프나 사람들에게 하는 걸 보고 '아, 이래서 스타구나'라는걸 다시 한 번 느꼈어요. 밤샘 촬영에 피곤하고 힘들었을 텐데도 정말 친절하시더라고요. 저도 나중에 그런 선배 배우가 될 거에요. 하하"

상대 여배우 김보미와 키스신도 추억 한 켠을 장식했다. 그동안 키스신에 목말라(?) 했던 터라 더욱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고.

"김조광수 감독님 영화에서도 키스신이 있긴 했어요. 그런데 여배우와 키스신은 처음이었죠. 가벼운 입맞춤 정도였는데도 떨리더라고요. 더 진한 키스신을 원했냐고요? 하하. 다음엔 또 기회가 있겠죠?"

유민규[사진=남궁진웅 기자]
#. "모델보다 쉬운 연기자의 길"

사실 '배우' 유민규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유민규를 알고 있다면 그것은 '모델'서의 유민규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런웨이 위에서 유민규는 브라운관 속 유민규보다 유명하다.

방황하던 어린 시절 친누나의 조언으로 모델계에 입문했고, 2010년부터 약 6년 동안 런웨이 위를 걸었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들은 유민규를 찾았고, 유민규는 각종 화보와 패션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큰누나가 먼저 원서를 냈더라고요. 한 번 해볼까 하는 심산으로 도전했는데 어렵지 않게 합격한 것 같아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모델도, 연기자도 굉장히 큰 운이 따랐던 것 같아요. 물론 노력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저는 운이 많은 사람이에요. 하하"

이제 막 인정받기 시작한 모델의 길. 하지만 그는 안주하지 않았다. '연기'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면서 삶에 활력과 재미가 생겼다. 텃세가 심했던 런웨이 백스테이지와 비교하면 카메라 뒤는 무난하게 적응할 수 있었단다.

"처음 모델이 되었을 때 선배들의 텃세가 심했어요. 제가 어려서 더 힘들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요. 그런데 드라마 촬영 현장에는 그런 게 없는 거에요. 그냥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임하니까 선배들이 잘 해주더라고요. 모델 때와 비교하면 편하게 일하고 있죠. 하하"

유민규를 되짚어보면 그는 지난 1년 동안 자신을 갈고닦으며 성장해왔다. 요즘은 '연기'를 공부하는 것도, TV 속에 자신이 나오는 것도, 하루하루가 마냥 재미있고 신난다는 유민규. 그의 1년 후가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