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9일(귀의 날) 난청에 대한 올바른 상식

2013-09-09 17:06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회사원 박모(35)씨는 잦은 소음 노출에 의해 양측 청력이 나빠져 1년 전부터 보청기를 착용했다. 보청기 착용 후 TV를 볼 때나 회의 진행 시 왕왕거릴 정도로 울려 수차례 조절을 받았으나 계속되는 불편함으로 보청기를 빼놓는 일이 잦았다. 결국 보청기 착용을 기피하게 됐다.

우리나라 언어는 저주파수대에 몰려있어 고주파수대에 불편함을 느끼는 노인성난청이 발생하더라도 불편함을 늦게 인지하게 된다. 또한 서구에 비해 파티·사교모임·영화 등 노인층이 즐길 수 있는 문화가 한정적이므로 대부분 조용히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난청 자각 시기가 늦어진다.

뒤늦게 난청을 자각하고 병원을 방문할 때는 이미 달팽이관과 청신경의 기능손상이 동반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값비싼 고가의 보청기를 구입해서 착용해도 효과를 보지 못하게 된다. 난청은 초기에 발견해야 달팽이관이나 청신경이 비교적 정상이므로 보청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시력이 떨어질 때 안경을 끼듯 청력이 떨어질 때는 보청기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안경과 보청기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안경의 경우 시력이 떨어진 원인이 되는 빛의 굴절만 물리적으로 바꿔주면 정상 시력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망막과 시신경이 정상으로 유지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보청기는 물리적으로 소리의 크기만 증폭시킨다고 정상적으로 모두 들리지는 않는다. 귀의 손상은 눈의 망막에 해당되는 달팽이관과 청신경의 손상도 동반되기 때문이다.

보청기의 착용은 정해진 공간에서 단시간에 조절을 받는다고 해서 일상생활의 모든 환경을 소화해낼 수는 없다. 또한 여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직장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층은 보청기 조절을 위한 방문도 쉽지 않다.

9일은 귀의 날이다. 귀의 모양과 비슷한 숫자인 ‘9’를 선택해 ‘사람의 귀에 맑고 환한 열쇠를 달겠다’는 슬로건으로 대한이과학회에서 지정해 지난 1962년부터 귀 건강 관련 교육과 검진 및 홍보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 고령화 속도 세계 최고… 보청기 보급률 '뚝'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 14%로 고령사회 진입 뒤 2026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20%)에 진입할 것이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는 약 8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6.8%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베이비붐 세대가 실버층으로 본격적으로 진입하면 실버산업의 대표적인 의료기기인 보청기에 대한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보청기 보급률은 연간 11만대 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2010년 기준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청각장애인수가 26만명이상임을 비교할때 보청기 보급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인구의 10%가 난청을 겪는다고 볼 때 우리나라는 약 500만명의 난청인이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중에서 최소 50%가 보청기를 착용해야 하는 난청 인구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 보청기 착용이 필요한 인구는 약 250만명 정도가 될 것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실질적으로 60세 이상 노인 중 약 30%, 75세 이상 노인 중에는 약 50%가 난청 문제를 겪고 있지만 난청인 200만명 중 7% 해당하는 사람들만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다는 업계의 분석도 있다.

국내 보청기 시장이 정체됐던 가장 큰 이유는 난청을 인식하고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보청기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비교적 높은 가격으로 인한 부담감도 보청기 착용을 미루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난청은 점점 심해져 결국 생활에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청력이 악화되어서야 보청기의 착용을 고려하게 된다.

◆ 난청 방치시 심각한 청력 손상

시력이 떨어지면 안경을 착용하는 것과 같이 청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가능한 빨리 보청기를 착용해야 청력이 떨어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하지만 보청기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비교적 높은 가격은 보청기를 처음 착용하려는 난청인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청기의 높은 가격을 접한 뒤 다시 구매를 미루게 되고 이 때문에 청력이 더욱 더 떨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 같은 악순환을 거쳐 오랜 기간 동안 난청을 방치한 결과 청력이 심각하게 악화된 상태에서 결국 보청기를 착용하게 되는 과정을 거친다.

포낙보청기의 모그룹인 소노바의 조사에서 자신의 난청을 인식하기까지 5년, 보청기를 구입·착용하기까지는 약 13년이 소요된다는 결과를 뒷받침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보청기 업계는 난청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활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포낙보청기는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히어더월드 캠페인의 국내 활동을 주관하고 있다. 히어더월드는 포낙보청기의 모그룹인 소노바 그룹이 난청예방과 청력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 재단이다.

이 회사는 히어더월드를 통해 2010년부터 3년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난청아동가족을 초청해 영화관람 등의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동시에 난청예방을 위한 공익부스 활동을 진행해오고 있다.

올해 1월에 열린 2013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에서는 공식 후원사로서 선수건강증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한 청력검진 프로그램을 주관했다. 사회복지관과 연계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 보청기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도 이어오고 있다.

신동일 포낙보청기 대표는 “보청기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고, 난청이 있다면 누구나 보청기를 경험하고 사용해볼 수 있도록 보청기에 대한 심리적인 장벽을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