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숨진 여대생, 알고 보니 집단 성폭행 당해

2013-09-05 21:48
스리랑카 외국인 체류자 범행, 경찰 부실수사 논란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영구 미제로 묻힐 뻔 했던 15년 전 구마고속도로 대구 여대생 사망 사건이 외국인 3명에 의한 집단성폭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다. 성폭행 후 피신하던 여학생은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했고 당시 경찰은 성폭행 의혹이 불거졌음에도 단순 교통사고 처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지검 형사1부(이형택 부장검사)는 5일 여대생을 성폭행한 혐의(특수강도강간)로 스리랑카인 K(46)씨를 구속기소하고 스리랑카에 머무는 44세, 39세인 공범 2명을 기소중지했다.

1998년 당시 1학년이던 여대생 정은희씨는 10월 17일 학교축제에서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국내 체류하던 K씨는 대구시 달서구에서 귀가하던 정양을 자전거에 태워 한적한 곳으로 끌고 가 동료 외국인 근로자 2명과 함께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새벽 5시30분께 성폭행 당한 직후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구마고속도로 중앙분리대 쪽으로 가다가 23t 덤프트럭에 치여 숨졌다.

경찰은 정양 시신에 속옷이 없는 점 등 성범죄와 관계됐을 정황이 있음에도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은 채 단순교통사고로 처리했다. 사건 다음날 정양의 속옷에서 남성 정액 DNA를 검출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관했지만 ‘단순 교통사고’로 치부했다.

K씨 등은 범행 당일 아침에 성서공단의 한 공장에 출근해 일을 했으며 같은 공장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자신들의 범행을 이야기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범 2명은 2003년과 2005년 불법체류자로 적발돼 강제출국 당했다. K씨는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국내에서 스리랑카 식료품 수입사업을 하며 체류자격은 얻었지만 국적은 취득하지 않은 상태라고 검찰은 전했다.

이 사건은 K씨가 2011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입건돼 검찰이 지난해 9월 대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점검결과 피해자 속옷에서 발견된 정액 DNA와 K씨의 DNA가 일치한 것을 확인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특수강도강간죄의 공소시효는 15년으로 공소시효 만료일이 올해 10월 16일이었지만 2010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등이 제정돼 DNA가 확보된 성범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이 연장된 25년으로 변경됐다.


K씨는 지난 8월에도 20대 여성을 자신의 가게로 부른 뒤 모텔로 유인해 추행하고 휴대전화에 여성의 알몸 사진 등이 수백장을 보관하는 등 여죄를 저질렀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한국과 스리랑카 사이에 형사사법공조조약이나 범죄인인도조약이 체결돼있지 않지만 법무부와 대검 등과 협의해 공범의 사법공조절차를 밟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