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투자주의' 약발 없다?…평균 40일후 주가 되올라
2013-09-03 15:41
아주경제 양종곤 기자= 한국거래소로부터 투자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된 상장사 주가가 지정 직후 급락한 뒤 40일 이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특히 투자환기종목 지정 종목은 지정 전후 시점에 개인으로부터 매수세, 기관 및 외국인으로부터 매도세가 이어졌다. 제도 본래 취지와 달리 되레 개인이 이들 종목을 사며 주가를 끌어올린 것이다.
지난 2011년부터 시행된 투자주의환기종목 제도는 거래소가 기업 계속성 및 경영 투명성에 주의가 필요한 기업을 선정, 투자자에게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다.
3일 박진후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와 김학겸 거래소 파생본부 금시장준비팀 차장은 '투자주의환기종목 지정 및 히든챔피언 선정이 주가와 매매패턴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을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올해까지 총 93개 투자환기종목 중 상장폐지 사유로 거래정지가 된 전례가 없는 67개 종목은 투자환기종목 지정일부터 이틀 동안 14.1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정일 이전 40일부터 지정 직전일까지 이들 종목은 -20%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들 종목은 지정일을 기준으로 5일 이후부터 상승세를 보인 후 약 40일이 지나면 모두 이전 주가 수준을 회복했다.
김학겸 차장은 “이는 투자환기종목 지정 자체가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투자자가 과잉 반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또 투자환기종목 지정 기업들이 투자자 보호와 기업가치 개선에 노력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환기종목 주가 상승을 이끈 투자주체는 개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국인과 기관보다 정보 획득이 열악한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투자주의 정보를 제공하자는 제도 취지에 반하는 결과다.
투자환기종목 지정일 전 60일과 지정일 후 60일까지 총 120일간 투자자 유형별 누적순매수를 분석한 결과, 개인은 투자환기종목 지정 전과 후 모두 지속적인 순매수세 보이고 있었다. 반면 같은 기간 기관 및 외국인은 순매도 기조를 유지했다.
김 차장은 “투자환기종목 지정 직후 폭락한 주가가 5일 이후부터 서서히 회복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개인의 지속적인 순매수 패턴은 일견 유리한 거래형태로 해석될 수 있다”며 “하지만 투자환기종목 상당수가 지정 1년 이내 상장폐지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정 이후 개인의 순매수가 바람직한 것으로 보기 힘들다”고 조언했다.
한편, 거래소는 지난 5월 투자주의환기종목 관리체계 개선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결과를 반영해 제도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