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수영 기자=폭등 수준인 전월셋값을 잡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본격적인 시장 개입에 들어갔다. 전월세 수요의 매매 전환을 유도해 주택거래량을 늘리는 동시에 장기화되고 있는 집값 하락세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취득세 등 부동산세제를 대폭 손질하는가 하면 각종 규제정책을 없애거나 완화키로 했다. 또 공공임대를 대폭 확대하고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전세보증금 과세를 줄이는 등의 단기대책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20일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전월세시장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오는 28일 취득세율 영구인하 방침 등 부동산 세제개편안과 함께 발표할 계획이다.

당정협의회는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전월세 문제로 서민과 중산층 국민의 고통이 크다"며 당정간 대책 마련을 주문함에 따라 마련됐다. 박 대통령은 2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하반기 주택정책의 최대 역점은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복지 확충, 특히 전월세난 해결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전세수요의 매매 유도 △분양예정 및 미분양주택의 임대주택 전환 등의 정책 마련을 주문했다.

당정협의회 역시 이 같은 내용을 구체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정협의회에서 "지난 2년간 수도권 아파트 누적 전세값 상승률이 10%에 달한다"며 "하반기 주택정책의 주안점을 매매 활성화와 시장 안정화에 두고 예측 가능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당정은 우선 주택거래 활성화에 장벽이 되고 있는 굵직한 규제정책들을 뽑아내는 데 힘을 쏟기로 했다. 당정은 2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및 분양가상한제 폐지 법안을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당 등 야당에 대한 설득 및 압박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헛구호에 그칠 공산이 적지 않다. 정치권이 '빅딜'로 제안한 전월세상한제 카드가 변수이기 때문이다.

전월셋값을 최고 연 5%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면 다주택자 양도세, 분양가상한제 폐지에 동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월세상한제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도 정치권이 내민 손을 선뜻 잡지 못하고 있다.

취득세율 영구 완화의 경우 세수 감소를 우려해 반대하고 있는 지자체를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다. 정부는 최고 4%인 취득세율을 1~3%로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연간 2억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지자체는 물론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무조건 취득세율 완화에 동의하기 힘든 상황이다.

김부성 부동산부테크 연구소장은 "최소한 9월 정기국회에서 취득세율 완화가 통과되지 않는다면 주택거래시장은 아예 마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