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재의 골프 노하우(9)

2013-08-20 11:19

초보시절 골프 레슨을 받으면서 임팩트가 부정확하거나 슬라이스가 나면 가장 많이 듣는 지적 중 하나가 ‘헤드업’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연 헤드업이 부정확한 샷의 원인일까? 헤드업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볼을 세게 치려는 욕심에 다운스윙시 몸통이 너무 급격하게 회전하면서 불안정한 움직임이 많아져 헤드업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욕심을 부리지 않더라도 골퍼의 75%는 헤드업을 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신체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바로 ‘마스터 아이’(master eye) 때문이다.

‘도미넌트 아이’라고도 하는 마스터 아이는 좌우 두 눈 중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눈을 일컫는다. 하나의 목표물을 두고 왼눈과 오른눈은 서로 다른 각도에서 이것을 보기 때문에 각각의 눈에 들어오는 이미지가 다르다. 만약 이 결과를 그대로 내버려둔다면 두 눈을 뜨고 사물을 볼 때 굉장한 혼란을 겪을 것이다. 그래서 두 눈 중에서 어느 한쪽이 이미지에 대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다른 한쪽은 거리를 맞추는데 도움을 주는 보조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다. 마스터 아이를 판단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사진1
사진1처럼 원통을 통해서 바닥에 놓인 볼을 본다. 원통의 위치는 가슴 높이로 한다. 원통이 없으면 그림처럼 두 손을 모아서 삼각형 또는 원형을 만들어 그 구멍을 통해 볼을 보면 된다. 두 눈을 뜨고 원통을 통해 볼을 보고 있는 상태에서 왼눈만 감았을 때는 원통 안의 이미지에 변화가 없다가 왼눈을 뜨고 오른눈을 감았을 때 사진2처럼 원통 안에 볼이 보이지 않으면 오른눈이 마스터 아이다. 이것은 원통을 통해 볼을 볼 때 두 눈을 다 뜨고는 있었지만 사실은 마스터 아
사진2
이인 오른눈이 볼을 보는 각도에 원통을 갖다댔다는 뜻이다. 이와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나면 왼눈이 마스터 아이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대략 네 명 중 세 명은 오른눈이 마스터 아이고, 나머지 한 명은 왼눈이 마스터 아이다.

사격에서는 한 눈만 뜨고 조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두 눈을 다 뜨고 할 수도 있다. 두 눈 뜨고 조준할 때 마스터 아이가 아닌 눈을 조준선에 갖다 대면 극심한 혼란이 생기므로 반드시 마스터 아이가 조준선과 나란하게 해야 한
그림
다. 양궁은 두 눈을 뜨고 조준하면서 오른손잡이는 오른눈, 왼손잡이는 왼눈이 마스터 아이가 되어야만 제대로 조준할 수 있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사격 양궁과는 달리 골프는 타깃방향과 직각으로 서서 옆눈질로 타깃을 보면서 샷을 하는 운동이다. 그래서 오른눈이 마스터 아이인 오른손잡이 골퍼, 즉 대부분 골퍼의 경우 어드레스시에 타깃보다 오른쪽을 조준하게 된다. 그 이유는 타깃과 볼을 연결하는 선이 마스터 아이가 수직으로 내려다 보는 곳보다 바깥쪽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른눈이 마스터 아이인 사람이 왼쪽으로 옆눈질을 하면 이미지의 명확도가 떨어진다. 두 눈을 다 뜨고 머리를 고정시킨 채 오른쪽으로 최대한 옆눈질을 해서 사물을 보라. 그리고 이번에는 왼쪽으로 옆눈질을 해보라. 좀 전에는 거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던 콧등이 보일 것이다. 방해요소다. 그리고 오른쪽만큼 넓은 각도의 시야확보가 되지 않고 물체 파악이 오른쪽보다 불명확함을 느낄 것이다. 당신의 오른눈이 마스터 아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치핑할 때는 제대로 조준할 수 있다. 볼을 몸 가까이 붙여서 오른발쪽에 놓고 어드레스하기 때문이다.

헤드업의 경우 과욕을 부린 스윙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논외로 치고, 주로 쓰는 손과 같은 쪽 눈이 마스터 아이인 골퍼의 자연스런 스윙에서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마스터 아이가 볼을 좇아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머리가 타깃방향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골프 여제’로 불렸던 아니카 소렌스탐이 바로 이런 식의 헤드업을 했다. 주로 쓰는 손과는 다른 쪽 눈이 마스터 아이인 골퍼에게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다음 주엔 마스터 아이 활용법을 더 자세하게 살펴본다.

골프칼럼니스트 (WGTF 티칭프로, 음향학 박사)
yjcho2@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