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수파 "좀 불편하면 어때… 그래도 서울"
2013-08-15 16:50
전세가율 60% 육박…멀리 가기는 싫고 낡은 재건축단지 관심
아주경제 김현철·권경렬 기자= #1. 서울 반포동 신반포1차 아파트에 전세로 살던 마모(48)씨는 얼마 전 집을 옮겼다. 하지만 이사간 전셋집 역시 입주 30년이 넘어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반포경남아파트였다. 마씨는 "아직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인근 일반 아파트의 전셋값은 너무 비싸고 매물도 없다. 재건축 단지지만 아직 추진단계여서 아이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만 살다 나오려고 이사했다"고 말했다.
#2. 서울 명일동 소재 전용면적 84㎡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60)씨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한꺼번에 1억원 이상 올리겠다는 연락을 받고 고민이 많다. 김씨는 한없이 오르는 전셋값 때문에 교통이 불편하더라도 서울 변두리쪽의 싼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다.
'미친 전셋값'이라는 표현대로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낡고 오래된 재건축 아파트나 서울 내 2억원 이하의 '착한' 전셋집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대체로 인근 전셋값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곳이 많기 때문에 낡고 허름하거나 지하철역 등에서 먼 불편쯤은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인근 전셋값 절반 수준 재건축 아파트 노려볼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전셋값으로 인해 재건축 아파트 전셋집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아직 재건축 추진위원회 단계인 반포경남아파트의 전용면적 72㎡의 전셋값은 2억7000만~3억원 선인 반면 인근 반포힐스테이트 전용 59㎡의 경우 6억5000만~6억8000만원 선이다. 바로 옆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59㎡의 전셋값은 7억원을 넘는다.
특히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은 마씨의 경우처럼 자녀 교육문제로 재건축 아파트 전셋집을 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잠실동 주공5단지 역시 전용 82㎡ 전셋값이 3억원 안팎이다. 이에비해 바로 옆 신축 아파트인 리센츠 전용 85㎡ 전셋값은 6억~6억5000만원 선이다. 이곳 세입자인 강모씨(36)는 "재건축 아파트 전세는 집주인의 사정에 따라 더욱 저렴하게 나오는 매물도 있고 수리가 잘된 집은 사는 데 크게 불편하지 않을 정도는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건축 아파트의 전셋집을 구할 경우 따져봐야 할 것이 많다고 조언한다.
우선 해당 재건축 아파트의 사업 진행속도를 확인하고 거주 예정기간 안에 이주하지 않아도 되는지 살펴야 한다. 재건축 사업의 경우 진행 단계에 따라 3~10년까지 걸리기 때문이다.
또 주거비용을 아끼기 위해 재건축 아파트 전셋집을 찾는 경우라면 관리비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재건축 아파트는 시설이 노후돼 난방비 등 관리비가 많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2억원 이하 전셋집도 눈길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시내에서도 전셋값 2억원 미만으로 전용 48㎡ 이상의 저렴한 단지를 찾을 수 있다.
서울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1억원 미만 전셋집이 지난 2008년 이후 3분의 1로 줄었지만 발품을 팔면 착한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
오류동 길훈아파트 전용 53㎡는 전셋값이 6500만원 선으로 1억원이 채 안된다. 이 아파트는 1986년 12월 입주를 시작해 지어진 지 27년 됐다. 양천구 신정동 수정아파트 전용 48㎡도 7250만원 전후다. 용산구 이촌동 강변아파트 전용 79㎡의 경우 9000만원대에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
전셋값 1억~1억5000만원 단지를 찾는 발길도 많다.
노원구 상계동 한신2차아파트 전용 45㎡는 전셋값 1억250만원 전후로 계약이 가능하다. 도봉구 창동 신창아파트 전용 49㎡는 전셋값이 1억1000만원 선이다.
이같은 단지들은 서울 시내 아파트치고는 전셋값이 저렴하지만 200가구 안팎의 나홀로 아파트여서 교통 등이 다소 불편해 계약 전 직접 찾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재건축 아파트는 낡았기 때문에 새로 지으려는 곳이다 보니 높은 관리비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며 "단순히 전셋값이 싼 점에 집중하기 보다는 주거환경 및 거주목적 등도 분명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