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급 초비상> 산업계 “일부 라인 가동 중단, 조업단축 특단 고려”

2013-08-12 15:00

아주경제 산업·IT부= 12일 주말과 휴가를 마치고 회사로 출근한 대규모 전력 사용 기업들은 아침부터 하루종일 사업장내 전력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뛰어다니고 있다.

이미 전력대란 위기를 겪어 대응책을 시행중이지만 가장 최악의 사태를 감안해 그동안 미처 챙기지 못한 점이 있는 지를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최악의 사태’란 단전으로 인한 사업장 전체 설비 가동 중단을 말한다. 이미 일부 설비 가동 중단 및 생산량 감축 등으로 정부의 절전 대책에 부응해 온 산업계는 이번주 전력대란의 최대 고비가 해결 되지 않을 경우 조업 단축이라는 특단의 조치까지 고려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은 이미 일단 전력 피크 기간에 맞춰 현재 일부 전기로의 대보수 일정을 조정해 가동을 멈췄으며, 전력 소모량이 많은 조업 과정은 피크 시간대를 피해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전력상황이 더 심각해 질 경우 일부 사업장의 보수시기를 앞당겨 추가 가동 중단도 고려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블랙 아웃’에 대비, 정부로부터 1시간 정도 공장 생산라인을 중단하라는 요청받아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별 생산라인 중단결정은 본사 차원에서 결정해야 하는 것으로, 그동안 폭염 때문에 공장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현대차는 블랙 아웃이 되더라도 비상발전을 가동하면서 대기 전력을 필수적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현대차 남양연구소는 전력수급 ‘주의’ 단계가 발령되면 비상 발전기를 가동하고 대형 시험장비는 시험 시간을 조정하며, ‘심각’ 단계에 돌입 시에는 시험장비 가동을 아예 중단시키기로 했다.

여수산업단지내 LG화학은 지난 5일부터 약 3주간 전기분해로 공정의 정기보수를 진행하는 방법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전기분해로 공정은 LG화학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공정으로 정비기간 동안 전체 전력 사용량의 약 10% 이상의 전력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 자체 열병합 발전소도 평상시 60∼70% 가동률을 기록하고 있으나 올해 7∼8월 들어 95%로 높였다.

GS칼텍스는 자가발전기 3대중 1대를 24시간 가동하는 등 전력사용량 분산을 통해 의무 감축량(10만MW)를 초과한 15MW 감축을 추진중이다. 회사측은 “공정 운전시간 조정, 불필요한 전원 차단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써서 전기 수요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도 일부 공정에 대한 정기보수를 전력 사용량이 많은 혹서기(7월16일부터 9월 중순까지)로 앞당겨 진행하고 있으며, 한화케미칼은 회사가 사용 중인 한전 전력의 75%를 차지하는 전해공정의 가동률을 70% 수준으로 조정해 평시 대비 시간당 약 30MW 이상 전력을 적게 사용하고 있다.

정보기술(IT)업계에서 전력량이 많은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운영하고 있는 삼성SDS와 LG CNS 등은 단전이 발생할 경우 서비스 중단은 물론 센터내 서버 등 온도에 민감한 장비들이 고장을 일으키는 등 위험성이 크다. 이에 이들 업체들은 지난 2011년 블랙아웃 사태 이후 각 데이터센터에 자체 발전기를 마련, 여름이나 겨울철 전력수급 위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이를 가동하고 있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이날 오전 회원사들에게 전력대란을 대비한 절전을 요청하는 등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절전이 가능한 부문에 대한 노력을 해온 기업들로서는 더 이상 추가 절전을 요청 받을 경우 제품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어 힘겨워 하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당장 시급한 제품 생산 일정이 이어지고 있어 설비 가동 중단 결정이 내려질 경우 감내해야 할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일단 어떻게 해서든지 정부의 절전대책에 부응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