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60세 이상 적자 가구 비중 높아…소비활력 저하 우려"
2013-08-12 12:00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적자를 보고 있는 가구 대부분이 60세 이상 고령층에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 가구는 소득 여건이 쉽사리 개선되기 어려워, 향후 우리 경제의 소비활력을 저하시키고 성장잠재력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한국은행 조사국 계량모형부의 황상필 모형분석팀 팀장과 정원석 조사역은 ‘가계수지 적자가구의 경제행태 분석’ 보고서를 통해 “60세 이상 고령층 적자가구 중 80% 정도가 소득 1분위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대비 가계수지(가계소득-가계지출) 규모는 전년 19%에서 21%로 상승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그리스 유로존 탈퇴 가능성, 스페인 재정문제 약화 우려 등 대외여건의 악화에 기인한 경제 불확실성 확대, 가계부채 상환 증가 등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평균 소비성향이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평균 소비성향은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것을 소비로 나눈 값이다. 실제 2003~2011년 이 값은 평균 0.77에서 지난해 0.74로 낮아졌으며 적자가구의 경우 같은 기간 1.36에서 1.32로 떨어졌다.
최근 부동산 담보대출 상환 등 소득대비 부채상환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현상도 가계수지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한은의 자금순환표상 올해 1분기 말 금융부채 잔액이 전년 말 대비 1조7000억원 가량 감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고서는 “최근 소득여건이 크게 나아지고 있지 않은 가운데 가구들의 점진적인 가계수지 개선과 부채상환 증가 움직임 등은 소비 부진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했다.
2005~2007년까지 평균 경제성장률과 민간소비 증감률이 4.8%를 기록한 반면, 금융위기 발생 시점인 2008년 이후 경제성장률이 평균 2%대 후반으로 낮아지면서 민간소비 역시 1%대로 내려앉았다.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소비심리가 악화되면서 가계 소비에 악영향을 끼친 것이다.
문제는 소득 증가율이 낮고 소득 불평등도 심화되고 있는 가구주 연령 60세 이상의 고령층 가구가 높은 적자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3년부터 지난해 중 적자가구의 평균 차입비율은 15%다. 하지만 소득대비 부채 차입이 이를 웃도는 과도부채차입 적자가구의 비중은 고령층의 경우 소득이 가장 낮은 소득 1분위에 편중돼 있었다. 60세 이상 가구에서 소득 1분위 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8.8%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상황이다.
연금 등 이전소득에 의존하는 비율도 60세 이상이 전체 가구의 24.3%, 적자가구 중에선 37.3%를 차지해 상당히 높았다. 이는 소득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60세 이상의 가구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평균소비성향의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소득 1분위를 기준으로 타 연령대가 1.1배를 웃도는 반면 60세 이상만 유일하게 이를 밑돌았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특히 고령층, 저소득 가구의 소득여건을 개선하는 한편 한계가구에 대한 지원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면서 “고령화 진전에 대응해 복지정책이 소득 분배뿐만 아니라 성장잠재력 배양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잘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