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가 우윳값 잡았다"…우윳값 인상 '불발'
2013-08-08 16:07
아주경제 전운 기자 = 우윳값 인상이 불발로 끝났다.
원유가 상승으로 가격인상을 추진했던 유업계가 '대형마트'라는 장애물을 넘지 못하고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대형유통사에서 유업체들의 가격인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자 울며 겨자 먹기로 종전과 동일한 공급가로 유통사에 우유를 공급키로 한 것이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우유 가격을 동결한 대형마트 등에 대해 공급가를 환원키로 했다. 사실상 인상 철회와 마찬가지다.
당초 매일유업은 이날부터 흰 우유 가격을 10.6% 올려 ℓ당 250원 인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하나로마트와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이 정부의 눈치보기를 하다 결국 판매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매일유업은 이날 오전 대형마트 측과 비공식 협의를 통해 공급가격을 환원키로 했다. 매일유업은 이들 업체에 공급가를 이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해 사실상 인상안을 거둔 것이다.
판매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거부하자 결국 제조업체 입장에서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압박에 밀린 대형마트들이 소매가격 인상을 거부하자 납품업체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유업체들에 사실상 '갑'인 대형마트의 거부권에 공급가격은 환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매일유업의 가격 환원에 서울우유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250원 가격 인상을 고수한다고 밝혔지만, 매일유업의 공급가격 환원이 알려지면서 대형마트 측과 분주히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2011년 가격 인상 이후에도 정부의 압박으로 가격 할인 행사를 진행해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원유가격 인상과 물가 상승으로 부득이 가격 인상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형마트들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지 않아 영업부문 직원이 고심 끝에 대형마트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30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 하나로클럽,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실무자급 간담회를 열고 우유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요청을 한 바 있다.
한편,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원유가격 연동제로 원유 가격이 ℓ당 106원 인상되면서 매일유업과 서울우유는 흰 우유의 가격을 ℓ당 250원 인상할 계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