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경영 침체 늪 빠진 건설사 ‘유상증자’해법될까?

2013-08-06 15:50
벽산건설 6일 유상증자 실시..25억 자금조달 목표<br/>쌍용·두산·한라건설 등도 잇따라 유상증자 실시

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견건설사들이 기업 정상화를 위해 유상증자를 택하고 있다. 건설업에 대한 기대감 하락으로 M&A(인수·합병)나 회사채 발행이 어렵자 유상증자로 새 돌파구를 찾으려는 심산이다.

금융감독원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중인 벽산건설은 6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통주 50만324주를 유상증자하기로 결정했다. 제3자 배정 증자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총 25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쌍용건설도 지난달 출자 전환에 동의한 채권단을 상대로 보통주 258만332주를 발행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인 쌍용건설은 지난 6월 출자전환 등의 이유로 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다.

유상증자는 부채비율을 높이지 않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과도한 증자는 해당기업의 주식 가치를 떨어뜨려 주주 피해를 유발하기도 한다.

건설사들이 유상증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낮은 신용등급과 포화된 회사채 시장을 대체하기에 적합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보다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을 선호하고 있고, 건설사도 예외는 아니다"면서 "하지만 건설사는 자금 조달이 더 힘들어지고 있는 만큼 모그룹이 없는 회사의 경우 유상증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반기 이뤄진 유상증자 총 규모는 1조5440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보다 131.7% 증가한 규모로, 회사채 발행이 10.7%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 중 한라건설(1000억원)과 두산건설(3900억원) 등은 1000억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곳으로 손에 꼽힌다.

한라건설의 경우 지난 4월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됐다는 평가를 얻었다. 자회사 만도의 협력으로 한라건설의 부채비율은 기존 559.5%에서 200%대로 낮아지는 등 자금운용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

다만 두곳 모두 1000억원에 가까운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어 유상증자를 통한 유동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이들은 최근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회사채 총액인수제'를 신청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있어 자체 상환 또는 차환도 가능하기 때문에 유리한 쪽으로 판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상증자와 M&A를 동시에 진행 중인 곳도 있다. 동양건설산업은 지난달 노웨이트 컨소시엄과 M&A 관련 계약을 체결하고 인수대금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건설업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M&A 실적은 대체로 저조한 편이다. 벽산건설과 남광토건의 경우 몇년째 M&A 우선협상 대상자를 모색 중이지만 아직도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향후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이 썩 좋진 않지만 유상증자 외의 다른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경기가 살아나서 국내외 수주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이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