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다음은 NYT?...트리뷴 등 미 최대 신문 수난 시대

2013-08-06 17:58

아주경제 송지영 기자=워싱턴포스트(WP)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벤조스에게 전격 매각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신문 및 언론업계는 이제 뉴욕타임스(NYT) 차례라며 자조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시카고트리뷴, 볼티모어선 등 미국 유력 일간지를 보유한 트리뷴사가 수년간의 경영 악화로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 일부 자회사 매각 등 자구 노력을 기울여왔기 때문이다.

신문업계 불황은 지난 10여년간 지속돼온 인터넷 산업의 발달과 최근 강하게 불어닥친 경기침체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WP의 매각 소식이 전해지자 매각대금 2억5000만 달러도 잘 받은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동안 아무리 미국에서 유력한 신문이라도 매각대금이 2억 달러를 넘지 못했다. NYT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가장 대표적인 일간지라는 평가를 받는 WP이기 때문에 그 정도라는 평가다.

지난 수년간 지속된 인력 구조조정으로 WP의 직원은 이제 5년 전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자 등 취재인력은 물론이고 인쇄 등 제작인력까지 60~70%나 감소한 인력으로 그동안 신문을 발행해 왔다. 그러다 보니 신문 페이지와 섹션은 계속 줄었고 그동안 발행해온 지역소식 섹션인 메트로나 부동산, 교육 등의 전문 섹션 발행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나마 WP가 그동안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은 교육 자회사 카플란의 이익 때문이었으나 경기 불황과 학원업계의 출혈경쟁으로 카플란의 수익도 큰 폭의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때 카플란이 WP 그룹 전체 이익의 70%가 넘는 부분을 차지하기도 했다.

WP는 지난 2분기 약 1억4000만 달러 매출에 1400만 달러의 적자를 냈다. 따라서 앞으로 생존이 불투명한 기업에 인터넷 벤처 공룡인 아마존 창업자가 2억5000만 달러나 지출한 것은 WP의 이름값과 언론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그의 '호기'가 발동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허핑턴포스트 등에 언론 관련 칼럼을 써온 더글러스 매킨타이어는 "이제 남은 것은 NYT"라며 "NYT가 지난 분기에 약 4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최근 보스턴글로브를 보유한 자회사 뉴잉글랜드미디어 그룹을 9400만 달러에 매각했으므로 만약 팔린다면 포스트보다는 많이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그는 "총 매각대금이 결코 5억 달러를 넘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마존 창업자나 헤지펀드 등의 거부들에게 수억 달러는 큰 돈이 아니다"라며 "WP에 이어 NYT도 헐값에 팔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NYT도 본사 건물을 매각하고 이전하는 등 경영개선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최근 홈페이지 유료화로 수십만명의 인터넷 독자를 확보했으나 경영난 극복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WP는 이날 WP 관련 비즈니스 일체를 제프 벤조스에게 매각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1940년대부터 WP를 이끌어온 그레이엄 가문의 도널드 그레이엄 대표는 "WP사에 있는 모든 가족과 우리 그레이엄 일가족은 WP에 대해 커다란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제프 벤조스는 기술적으로나 비즈니스 면으로 보나 증명이 된 인물이고 여러 가지 면을 종합해 볼 때 워싱턴포스트를 훌륭하게 이끌어 나갈 사람"이라고 밝혔다.

한편 벤조스 대표는 "독자들은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알 권리를 계속 충족시켜 나갈 것이며 워싱턴포스트의 미래는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벤조스가 앞으로 WP 지면 발행 등에는 직접 간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난 1877년 민주당계 신문으로 창간된 WP는 1933년 유진 마이어가 인수한 후 독자가 많이 늘어났고 10여년 후 마이어의 사위인 필립 그레이엄이 경영권을 이어받으면서 지금까지 그레이엄 가문이 경영해 왔다.

1977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하야하게 만든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하는 등 그동안 WP는 정치와 공공정책 분야에서 진보 정론지로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