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특구, 창조경제 거점으로 재탄생되다<上>

2013-08-05 23:05
-정부, 산업단지 입지정책 전면 재검토…창조경제 전환<br/>-산업단지, 정치적 홍보수단 전락…공급과잉, 노후화 등 애물단지 전락<br/>-규제완화 통한 입지정책 전면 개편…'3단계 투자활성화 대책'에 반영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정부가 국가산업단지(이하 국가산단)와 경제자유구역(이하 경자구역) 등 특별구역의 질적 고도화를 위해 대대적인 수술에 들어간다. 이들 특구의 활성화를 위해 입지와 규제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점을 살펴보고, 새로운 판을 짜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국의 산업단지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려고 한다고 발언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새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혁신에 기초한 창조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이들 특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우후죽순 들어선 산업단지
산업화 시대의 산물로 불리는 산업단지는 국내 제조업 생산의 76%, 수출의 65%, 고용의 44%를 담당할 정도로 산업 성장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산업단지가 일자리 창출과 개발효과 '두 마리 토끼'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대선·총선뿐만 아니라 지방선거에서도 선심성 공약으로 남발되기 시작했다. 이는 곧 산업단지 공급과잉을 불러일으켰고 노후화, 수도권과 지방간 수요 불균형 등 애물단지로 전락하기에 이르렀다.

5일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참여정부 출범 직전 488개였던 전국 산업단지 수는 약 10년이 지난 현재 993개(지난해 말 기준)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해당 5년여간 단지 수는 650개에서 1000개로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규모도 약 63%(5억2657만평)나 늘었다. 최근 3년간 전국에서 지정된 산단의 면적은 150㎢로, 10년 전 전체 산업단지 면적 142.8㎢보다 넓다.

문제는 산단의 수가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공사를 마치고도 소화가 안돼 남아 있는 산단의 미분양 면적은 2007년 말 7.1㎢에서 2010년 말 현재 11.2㎢로 3년 만에 1.5배가 늘었다.

산단공 관계자는 "각 도내 시·군들이 '사재기식'으로 산단 물량을 확보해 과잉현상이 빛어지고 있다"며 "기초단체의 소규모 농공단지까지 포함하면 전국에 텅 빈 산업부지는 수천만㎡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지적했다.

◆경쟁력 상실에 곳곳서 잡음

전남지역의 경우 계획 중인 산업단지 총 35곳 가운데 5곳을 제외한 일반산단 분양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경남 양산시도 산단 공급과잉에 따른 미분양 산단이 방치돼 있는 상태다.

특히 경기도 양주시의 경우 지난 2006년 53만1000㎡의 물량을 배정받았지만 아직 후속조치를 하고 있지 않으며, 파주시도 2008년부터 법원1·2지구 조성을 위해 70만여㎡를 배정받았으나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내 비어 있는 단지 면적만 모두 11개 시·군 24개 지구 928만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노후한 산단을 중심으로 부가가치율마저 떨어져 경쟁력을 상실하는 문제점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인천 산업단지의 경우 지역 내 산단의 업체당 고용은 15명으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며, 수출액은 전국 14위에 머무르는 등 산단 인프라가 노후한 모습을 보였다.

경북 구미산단도 상황은 비슷했다.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구미산업단지의 경쟁력은 '52'로 실리콘벨리(91), 울루(78), 소피아AP(66) 등 선진국의 산업단지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다.

산업연구원 관게자는 "전국적으로 1000여곳의 산업단지 가운데 22%가 노후화로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같은 노후화 및 슬럼화 여파로 청년층이 취업을 기피하고 입주기업은 인력난을 호소하는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규제완화 통한 입지정책 전면 개편… '3단계 투자활성화 대책'에 반영

정부는 산업단지 투자유치 실패를 이 같은 정치적 논리에 입각한 입지선정으로 꼽고, 규제완화를 통해 입지정책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조업 중심으로 편성돼 있던 기존 산업단지에 서비스업이나 융복합산업 등 기능별로 접근해 투자유치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즉 특성화 지구·클러스터 지정 등 특구별로 정해진 업종 제한을 넓혀 다양한 입지혜택을 주는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 '3단계 투자활성화 대책'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우선 수도권 산업단지에 한정돼 있는 '제조업'이나 '농업' 분야의 사업 규제를 풀어나갈 계획이다. 다만 수도권 산업단지 규제완화에 대해 예상되는 반발을 고려해 지역별 특성과 현황을 미리 파악키로 했다.

또 개발 부진 경자구역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지정된 면적을 축소하고, 외자유치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군산과 새만금 등 경자구역의 절반이 개발에 착수하지도 못하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도 6%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노후 산단 내 녹지를 공장용지로 용도변경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지자체, 기업 등의 협의체를 둬 세부 추진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그동안 산단 내 3% 녹지 규정이 있어 녹지 외에 가용부지가 없는 기업들의 공장 증설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현 부총리는 "올 하반기에는 기업활동 촉진을 통한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민생경제 회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혁신역량 강화, 융·복합 촉진 등을 위한 제도개선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산업단지 활성화 대책을 3단계 투자대책 등에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