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하 기자=국민, 우리, 하나 등 시중 은행들이 감정평가 업무 관련 불공정약관으로 시정조치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민, 기업, 농협, 우리, 수협, 하나, 씨티, 수출입은행 등 총 8개 은행이 감정평가 업무 관련 약관상 불공정한 내용을 자진시정토록 했다고 4일 밝혔다.

감정평가란 토지 및 그 정착물, 동산 등 물건의 경제적 가치를 제시하는 것으로 공인된 감정평가사에 의해 수행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해당 시중은행들은 감정평가법인에 현장조사나 감정평가서를 송부 받은 후에도 대출이 실행되지 않으면 감정평가보수를 일절 지급할 수 없다는 조항을 뒀다.

이들 은행은 고객의 대출상담 시 감정평가법인에 탁상감정을 의뢰한다. 최고 평가치는 감정평가법인에 제시되고 정식감정평가 의뢰에 따라 여신등급과 금리가 결정돼 대출 실행이 이뤄진다.

하지만 은행들은 ‘감정평가업자의 보수에 관한 기준’을 둬 고객 대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감정평가보수를 지급하지 않았다.

아울러 일부 시중은행은 무보수로 탁상감정을 요구하는 등 불공정 약관을 행사해왔다. 탁상감정은 금융기관이 담보물 가치에 대해 정식감정평가를 의뢰하기 전 미리 그 가치를 추산토록 하는 절차다.

이들 은행이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하는 감정평가는 민법상 도급계약에 해당된다. 이에 따라 감정평가법인이 목적물 완성 후 도급인(은행)에게 인도되면 그에 상당한 대가는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또한 감정평가서 완료 전·후 도급인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중도에 해제·해지돼도 그동안 소요된 실비 등의 적정대가를 보전해야한다는 판단이다. 무보수 탁상감정 관련 조항도 삭제처리토록 해 보수 없는 탁상감정 의뢰를 금지했다.

이유태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일체의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약관조항은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의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거나 고객에게 부당, 불리한 약관조항으로 불공정약관”이라며 “감정평가와 관련해 일체의 보수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한 불공정 약관과 관련업계의 잘못된 거래관행을 시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나머지 지방은행의 불공정한 약관조항에 대해서도 시정토록 조치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