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금융당국 ‘블랙 컨슈머 근절’ 팔 걷어야
2013-08-04 12:00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최근 은행권에서 급부상한 조직을 꼽으라면 단연 '소비자보호부'다.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소비자보호부서가 책임만 많은 보직으로 인식됐다면 이제는 소비자보호부가 승진 루트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돈다. 부서에 배치되는 직원들 역시 근무평가를 평균 이상으로 받은 인재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같은 금융소비자 보호 패러다임의 부작용이 벌써부터 속출하고 있다. 소비자 보호를 내세워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는 블랙컨슈머가 판치고 있기 때문이다.
방법도 가지가지다. 대기시간이 길다거나 대출이율을 본인의 휴대전화로 매일 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큰 소리를 낸다. 심지어 은행 개점시간에 화장실로 가는 도중 속옷에 실례했으니 물어달라는 생떼까지 부린다는 것이다.
이같은 비상식적인 요구를 한뒤 받아주지 않으면 '고객 응대에 소홀하다'는 꼬투리를 잡아 실수를 하게 만든다. 결국 이들의 마지막 관문은 금전 요구다. 내가 봐주겠으니 이른바 '딜'을 하자는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이같은 블랙컨슈머가 1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딜'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블랙컨슈머들은 금융당국을 들먹거린다.
실제 A은행의 민원인은 은행장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내 협박성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소비자 보호 등을 내세우고 있는데 경제민주화의 움직임에 역행하겠다는 것이냐, 금감원에 신고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수시로 찾아오거나 전화를 거는 블랙컨슈머들로 임직원들은 업무를 할 수 없을 때도 많다고 하소연 한다.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은행들이 도와줘야할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소비자보호는 분명 좋은 패러다임이다. 그러나 블랙컨슈머들이 금융당국을 빌미로 은행을 협박할 수 있게 해선 안 된다. 이제는 금융당국이 소비자보호만을 강조하기보다 블랙컨슈머를 솎아내는 방안도 함께 제시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