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집이 더 비싼 ‘미친 전셋값’… 중대형 세입자 ‘실종’
2013-08-01 22:55
대출액 많을수록 세입자 못 구해<br/>‘임대전환’ 시행 땐 역전세난 우려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가을 이사철 전세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대형 아파트의 전셋값은 중소형 전셋값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싼 '역전세난'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중대형 공급이 과잉됐던 용인·고양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 역전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미분양 아파트를 임대로 전환해 공급한다는 정부 정책이 발표되면서 중대형 역전세난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가장 많은 경기도 용인시의 경우 지난 6월 말 기준 총 3544가구 중 97%에 달하는 3428가구가 전용면적 85㎡ 이상 중대형에 해당한다. 고양시도 2281가구 중 중대형이 2060가구에 이른다.
지난 2010년 입주를 시작했지만 현재까지 중대형 평형 일부가 미분양으로 남은 용인시 성복동 성복자이1차. 이 아파트 전용 84㎡형의 전셋값은 2억6000만~2억7000만원 선이다. 반면 집주인의 대출이 많은 전용 101㎡형의 경우 2억5000만원짜리 매물도 나왔다.
인근 행복자이공인 관계자는 "무엇보다 집주인의 대출 규모에 따라 전셋값이 달라진다"며 "특히 집주인의 대출규모가 큰 중대형 이상 아파트는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양시 식사지구 위시티1단지 자이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집주인의 대출이 없거나 소액인 전용 84㎡형의 전셋값은 2억7000만원인 반면 전용 134㎡형의 경우 2억~3억원대로 천차만별이다. 그나마도 세입자를 구하기 힘들어 지난 3월에는 1억9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인근 J공인 관계자는 "중소형 아파트는 매물이 나오자마자 계약이 이뤄진다"며 "하지만 중대형 중에서도 대출이 많은 집은 집주인의 직업이 공무원이나 교사라는 것까지 알려주며 안전하다고 말해도 계약하려는 사람이 드물다"고 말했다.
◆미분양 아파트 임대 전환 정책 실효성 의문
이처럼 중대형 아파트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은 앞으로도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미분양 아파트 임대 전환 정책에 따라 수도권에 적체된 중대형 미분양 아파트들이 상당수 전·월세 시장에 풀릴 전망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토교통부의 발표에 따르면 건설사가 자체적으로 준공 후 미분양을 임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보증제도를 실시할 계획이다. 또 미분양 주택을 리츠가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운용한 후 매각·청산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하지만 지난 6월 말 기준 서울·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총 15970가구로, 이 중 전용 85㎡ 이상 중대형 아파트는 76.4%(1만2205가구)에 이른다. 특히 용인·고양·파주·김포시 등 수도권 외곽 지역에 물량이 집중돼 있어 미분양 아파트 임대 전환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2009~2012년까지 미분양 리츠를 통해 LH 매입확약분 2163가구를 모두 시장에 매각 성공한 바 있다"며 "당시 매각 성공한 미분양 아파트 중 중대형의 비중이 약 70%를 상회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리츠에 취득세 등 각종 세제 혜택을 줘 사업성을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 2009년 1월 1330가구였던 서울·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꾸준히 증가했고, 특히 중대형의 비중은 23.9%(2009년 1월)에서 76.4%(2013년 6월)로 크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수급조절을 위해 미분양 아파트를 처분하려면 실효성 없는 임대 전환보다는 중대형 아파트 거래 활성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지난 4·1 대책 이후에도 수도권 외곽 중대형 아파트들은 거래가 별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매매·전세·분양시장에서 중대형이 고전하고 있는 것은 거래 자체가 막혀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