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금융권 최대 화두는 '밥그릇 쟁탈전'
2013-07-28 16:45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금융감독체계 갈등 표면화<br/>산업은행·수출입은행·정책금융공사·무역보험공사도 혈투
아주경제 김부원·장기영 기자= 박근혜정부 출범 후 금융권 전반이 개편되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서 기득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모습은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더욱 도드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사 뿐 아니라 금융감독체제 개편에 직면한 금융당국도 예외는 아니다. 다음달 정책금융 개편안까지 발표되면 금융권의 '밥그릇 쟁탈전'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朴정권 출범 후 '금융권 리모델링'
정권이 바뀌면 으레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대한 개편 작업이 진행된다. 금융당국의 조직 체계와 역할 분담이 새롭게 정립되고, 금융회사들은 새로운 수장 선임과 함께 조직 개편에 착수하기 마련이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박근혜정부 들어 신제윤 금융위원장 취임 후 금융권 전반이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아직 국회 통과 절차가 남았지만, 금융감독체계는 금융사에 대한 건전성 감독 및 금융소비자보호 역할이 각각 분리되는 쪽으로 개편안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금융소비자보호원과 금융소비자기획단 등 새로운 금융감독 기관들이 만들어진다. KD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KB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사들도 새 회장을 맞았다.
금융지주사 회장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교체 및 조직 개편도 진행되고 있다. 일부 금융사들은 구조조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정책금융 개편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통합 뿐 아니라 대외 정책금융 기능을 특정기관에 몰아줄 가능성도 논의 되고 있어, 정책금융 개편은 큰 폭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하반기 최대 화두 '밥그릇 쟁탈전'
이처럼 금융권 개편 작업이 다양하게 진행되면서 곳곳에서 잡음도 들린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거나 더 키우기 위해서다.
금융소비자보호 역할을 금융소비자보호원에 넘겨줘야 하는 금감원에선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금감원 직원 비상대책위원회는 금융감독체계 개편방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정작 금융위는 개편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회 통과를 막기 위해 일각에서 정무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암암리에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일단 개편 방안이 발표된 상황에서 뜻을 함께 하는 의원들을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중요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민주당 김기준 의원을 비롯해 일부는 금소원 분리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도 사태가 심각하다. 은행장을 비롯해 계열사 CEO 선임을 둘러싸고 노사간 갈등이 첨예하다. 외부 인사 영입과 내부 출신 중용에 대한 문제도 결국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른 '밥그릇 챙기기'란 지적이다. 구조조정이나 임금협상 역시 하반기 금융권을 들썩이게 할 요인들이다.
◆ 정책금융 개편 '금융권 갈등 뇌관'
문제는 '밥그릇 쟁탈전'이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점이다. 바로 다음달 발표될 정책금융 개편안이 '뇌관'이다. 해당 기관들은 정책금융 개편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자신들의 실적을 알리거나, 합리적인 개편방안을 논리적으로 제시하느라 분주하다.
예컨대 정책금융공사가 산업은행에 통합될 경우 정책금융 독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외 정책금융 업무와 관련해선 무역보험공사의 중·장기보험(해외사업금융보험 포함) 업무를 수출입은행에 넘겨주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자칫 대외 정책금융이 수은으로 일원화될 경우 독점에 따른 폐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정책금융기관의 관계자는 "정책금융이 독점 형식으로 이뤄진다면 기업들이 지원받을 수 있는 기회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같은 의견 충돌이 외부에선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뿐이란 냉소적인 반응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책금융 개편안까지 발표되면 각 기관의 이해득실에 따라 금융권이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최근 금융권에서 일고 있는 갈등과 논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