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노 갈등, '희망버스'가 불안 증폭 시키나

2013-07-22 16:29

아주경제 윤태구 기자=지난 20일 저녁, 울산 현대차 공장 앞에서 벌어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사내 하도급) 문제 해결을 위한 ‘희망버스’ 행사는 ‘노-노 갈등’을 더욱 부추겨 사업장 내 불안요소를 더욱 키운 격만 됐다.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4년 노동부가 현대차 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1만 여명 전원이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한 이후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한 노사협상은 난항을 거듭하며 또 다른 사태만 야기하고 있다.

비정규직 지회는 정규직 노조가 사측으로부터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고 자신들은 외면해 왔다고 끊임없이 주장해왔다.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지회의 의견을 받아들였지만 신통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지난달 13일 사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5개월 만에 재개된 불법파견 특별교섭도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노측 3개 주체인 금속노조와 현대차 정규직 노조,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는 정규직 대상과 전환 방식에 대해 합의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작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대다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자신의 입장이 다른 정규직 노조에게는 짐이 돼 관철되지 못하는 것인가라는 오해마저 불러오고 있는 상황이다.

비정규직 지회와 현대차의 입장 차이도 크다. 비정규직 지회는 “현대차의 불법 파견을 인정한 2012년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비정규직 근로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오는 2016년까지 정규직 3500명을 신규 채용하는 방식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 세력의 개입해 폭력사태까지 벌어진 것은 실낱같은 대화로 풀 수 있었던 가능성을 비정규직 지회 스스로 무너뜨려 상황을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사간 자율적으로 풀어야 하는 비정규직 문제에 외부 세력이 개입한 것은 비정규직 지회가 사측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반발했다.

무엇보다도 현대차 정규직 노조 조합원과 비정규직 지회 구성원간 멀어진 벽이 큰 문제다. 자동차를 생산하는 대규모 사업장은 아무리 자동화가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투입된 직원들간에 원활한 관계가 유지돼야 한다. 하지만 두 부류의 직원들간 불신이 커짐으로써 제품의 품질 유지가 어려워지고, 품질이 불안한 제품은 판매시장에서 현대차에 대한 신뢰를 깎아 결국에는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를 비롯해 제조업 제품의 품질은 생산현장에 투입된 직원들의 손끝에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노-노간 갈등은 노-사 갈등보다 눈으로 보기에는 드러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결과물(생산품)의 질을 떨어뜨리는 등 기업에게는 더욱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불어 현대차 희망버스 사태는 지난 2011년 6월 발생한 한진중공업 사태와 비슷한 상황으로 진행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사업장이 소재한 울산시 시민들도 걱정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행복도시 울산만들기 검시민 추진 협의회’는 지난 20일 “노사 안정을 바라는 울산시민의 절박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외부 세력 개입이 현실화 됐다”며 “울산 자동차 산업을 지키기 위해 희망버스에 대한 범시민 저항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