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정책금융공사 통합의 '명과 암'
2013-07-21 07:00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정책금융공사가 출범 4년여 만에 존폐의 기로에 섰다.
정부의 정책금융기관 개편안은 한 달 후에나 나올 예정이지만, 현재로서는 산업은행에 흡수통합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정책금융기관의 업무 중복과 시장과의 마찰 등을 이유로 산은과 정금공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박근혜정부의 씽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거시경제팀은 보고서를 통해 정책금융공사의 정체성 부족, 중소기업 중복지원, 대외산업정책적 기능의 경합 등을 문제점으로 제시했다.
이 때문에 산은과 정금공을 통합해 제대로 된 정책금융기관을 세우면 불필요한 곳에 몰리는 돈을 필요한 곳으로 분산시킬 수 있고, 효과도 더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사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책금융 기능이 오히려 축소될 가능성이 높고 ‘슈퍼갑’이 탄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책금융기관의 한 관계자는 “하나의 거대한 정책금융기관이 기업들을 일괄적으로 지원하게 되면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져 독점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역할을 적절히 조율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산은의 재정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있다. 산은에서 분리될 당시 공사가 이관받은 15조원 가량의 고금리 산금채 재계상 과정에서 손익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산은은 올해 STX그룹 부실의 여파로 수천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밖에 강만수 전 회장 시절 확대해 온 소매금융 업무 쪽 인력이나 지점, 시스템 구축 비용 등을 축소·처리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하나의 큰 덩치가 다 관리하는 것은 관치금융 시대의 얘기"라며 "산은은 민영화의 당초 목표인 한국형 투자은행(IB) 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정책금융 본연의 기능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통합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통합 시 '슈퍼 갑' 출현 우려에 대해 국가미래연구원 관계자는 "정책금융은 경합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중복지원은 분산돼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온렌딩(간접 대출)도 사실상 국내 사정에 맞지 않다는 것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연구원은 "정금공의 주력 업무인 온렌딩의 경우 정부가 은행의 위험을 부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데다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과 지원도 중복된다"면서 "중소기업진흥공단의 간접대출과도 차별화가 없는 등 정체성이 모호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1년부터 지난해 6월말까지 정금공의 온렌딩 전체 지원업체는 3806개로 이 중 신보와 기보에 중복지원을 받은 중소기업은 2640개(69.3%)에 달했다.
아울러 연구원은 "민간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인데도 정금공의 지원을 이용하면서 시장과의 마찰을 일으켰다"면서 "우량기업이나 장기지원 등 시장에서 가능한 금융지원은 정책금융 영역에서 점진적으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