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나쁜 상장사 '도둑공시'에 투자자 손실 눈덩이
2013-07-18 17:20
아주경제 양종곤 기자= 실적이 나쁜 상장사가 번번이 관련사실을 장 마감 뒤 공시해 애꿎은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히고 있다.
장이 끝나는 바람에 미리 대처할 수 없었던 투자자는 '도둑공시' 다음 날 개장하자마자 급락하는 주가에 손을 쓸 새도 없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18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우리금융지주를 비롯한 2분기 실적 부진 상장사는 장 마감 후 실적 공시를 내놓은 뒤 다음 날 주가가 최대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앞서 16일 삼성엔지니어링은 장이 끝난 오후 3시 30분 2분기 실적을 내놨다. 이 회사는 2분기 영업손실이 887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이 15% 가까이 줄어든 가운데 순손실도 1000억원에 육박했다.
이런 실적이 나온 다음 날인 17일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3% 가까이 하락하면서 7만원 아래로 밀렸다. 반면 코스피는 이날 20포인트 이상 상승하면서 1%가 넘는 오름세를 보였다.
삼성엔지니어링 거래량은 17일 하루에만 100만주를 상회, 평소 3배가 넘는 매물이 쏟아졌다.
GS건설도 마찬가지다. 앞서 4월 10일 장 마감 후 1분기 영업손실 및 순손실이 5345억원, 3860억원을 기록 적자전환했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 주가는 같은 달 11~15일에 걸쳐 3차례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GS건설은 소액주주 비율이 높아 개인 투자자 손실이 더욱 컸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3월 말 현재 5% 미만 소액주주 비중이 약 70%에 이른다.
우리금융도 앞서 4월 30일 장 마감 후 1분기 영업이익, 순이익이 각각 3564원, 26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4%씩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실적을 내놓은 뒤인 5월 2일, 3일 이 회사 주가는 각각 5.04%, 3.54% 떨어졌다.
이처럼 도둑공시가 여전한 가운데 증권사 실적 전망이 뒤집히는 사례도 잦아 투자자 손실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보면 3개 이상 증권사가 추정한 2분기 삼성엔지니어링 영업이익은 애초 2021억원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가 발표한 실적은 887억원 영업손실로 전망치와 3000억원 가량 차이가 났다. GS건설 또한 1분기 영업이익이 5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실제로는 적자가 났다.
회사 정보에 상대적으로 밝은 경영진이 부진한 실적을 내놓기 전 보유 주식을 팔아 손실을 줄인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앞서 5월 7일 장 종료 50분을 남기고 1분기 영업이익,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0%씩 감소했다고 밝혔다. 다음 날 이 회사 주가는 하한가까지 밀렸다. 반면 에이블씨엔씨 고위 관계자는 실적발표 5일 전에 보유 주식 2만주를 매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