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기 착륙사고> 충돌 때 속도, 권장속도의 77%에 불과(종합2보)

2013-07-09 18:16
합조단 현장 및 조종사, 블랙박스 등 조사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아시아나항공 여객기의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사고 당시 속도가 권장속도의 77%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사고항공기인 B777 기종 경험이 짧은 조종사의 과실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 섣부른 판단일 뿐이라며 착륙사고 원인을 놓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사고 항공기인 OZ 214편의 충돌 당시 속도는 106노트(시속 196㎞)로 착륙시 권장속도인 137노트(254㎞)에 크게 못 미쳤다.

이날 오전 최정호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충돌 3초 전 항공기 속도는 103노트(191㎞)로 엔진 출력은 50%였고 엔진 파워는 증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낮은 속도로 인해 조종석 경보 장치가 추력 상실을 경고해 다른 조종사가 속도를 높이라고 주문해 출력을 높이던 과정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 우리 정부와 미국이 대응에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 측이 조종사의 조종 미숙에 초점을 두자 우리 정부에선 원인에 대해선 아직 예단할 수 없고 조사를 더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데버라 허스먼 위원장은 8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조종사에 대한 조사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며 “조종사들이 어떻게 사고기를 조종했고 어떻게 훈련받았고 어떤 비행 경험을 지녔는지를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뉴욕타임스 등 일부 미국 언론도 기체 결함 등 다른 요인에 비해 조종사의 실수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보도하고 있다.

반면 최정호 실장은 “데이터로 분석된 내용에 대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며 “블랙박스 해독 기간에 대해서는 통상 수개월 걸리기 때문에 종합적인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블랙박스 분석을 위해서는 항공·철도 사고조사위원회 조사관과 아시아나항공 기장 등 2명이 이날 오전 10시 30분 출발해 10일 오전 0시 20분 현지에 도착해 곧바로 NTSB와 합류한다.

최 실장은 NTSB 측이 주도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측은 이를 따라가는 형태로 상황 발표가 이뤄지는 것에 대해 “사고조사 주체가 발생국인 미국이고 우리는 공동조사단으로 참여한 것”이라며 “발표내용과 시점은 협의하고 있고 이번 발표도 우리 조사단에 미국측에서 사전 통보해줬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중국인 사망자 가운데 1명이 구급차에 치어 숨졌다는 미국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공항 감시카메라 비디오로 확인 중인데 아직 정확한 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합동조사단은 운항·엔진·기체·블랙박스·조종사·관제 등 분야별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 조종사 2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고 나머지 조종사 2명과 관제사에 대해서도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또 사고 현장 조사를 통해 좌·우측 엔진과 보조동력장치의 위치 등 잔해상태, 기골의 주요 부분 위치를 확인하고 떨어진 부품 위치를 GPS에 입력했다고 밝혔다.

오른쪽 엔진 외부에서는 화재 흔적이 나와 충돌 후 동체에 불이 났을 때 엔진에 화재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좌측 엔진은 활주로와 접촉하면서 분리돼 활주로에서 20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한편 현재 입원중인 환자 39명 가운데 한국인 탑승자는 8명이며 객실승무원 6명도 포함됐다. 대부분은 큰 고비를 넘겨 회복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피해자 가족 23명이 출국했고 나머지 8명은 9일과 10일 현지로 출발한다.

최 실장은 “입원 중인 환자 중에 추가로 퇴원하는 환자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