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시장 때문에…”들쑥날쑥 전세시장 백태
2013-07-04 18:51
같은 단지라도 1억원 이상 차이<br/>융자많은 집 세입자들이 꺼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사라지고 매매시장이 침체되면서 전세시장까지 왜곡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서초구 반포동 반포힐스테이트 단지 전경. 이 아파트는 전세가율이 75%에 육박하지만 매수세가 붙지 않아 집값은 약세다. [사진제공 = 현대건설] |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60%를 넘었지만 매수세가 붙지 않아 집값은 제자리 걸음이다. 반면 하우스푸어의 깡통 아파트가 늘면서 같은 단지라도 전셋값이 1억원 이상 차이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으로 집값 상승 기대감이 사라지고 하우스푸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해 전세시장 왜곡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가율 60% 넘어서도 집값은 하락세
일반적으로 전세가율이 60%를 넘으면 매수심리가 증가해 집값이 상승한다. '차라리 돈을 더 보태 집을 사자'는 심리가 확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7월, 전세가율이 60%에 근접하자 내리막길을 달리던 집값이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시장은 이러한 일반적 경향이 먹히지 않는다.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가율이 11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지만 집값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4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6.7%로 성북구(63.8%)와 관악구(61.6%), 서대문구(60.9%) 등은 60%를 넘어섰다. 반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전월 대비 0.14% 하락해 5월(-0.07%)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힐스테이트 전용면적 84㎡형의 경우 전셋값이 8억6000만원으로 매매가 11억5000만원의 74.7%에 달한다. 하지만 매수세가 붙지 않아 집값은 약보합세가 이어지고 있다.
인근 퍼스티지공인 관계자는 "4·1 대책 발표 이후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긴 했지만 급매물만 일부 소진됐다"며 "취득세 감면이 끝난 최근에는 그나마 오던 문의전화도 거의 끊겼다"고 전했다.
전세가율이 높아져도 매매시장이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집값 상승 기대감이 사라졌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등의 요인으로 집값 상승 기대감이 사라져 과거처럼 전세가율이 60%를 넘어섰다고 해서 매수세로 돌아서는 수요자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같은 단지에 전셋값 1억원 차이나기도
반대로 최근 몇 년간 아파트 공급이 집중된 지역에서는 전셋값이 오히려 하락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같은 단지, 같은 평형 아파트인데도 전셋값이 1억원 이상 차이나는 경우도 있다.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는 지난해부터 입주가 시작됐지만 현재까지도 대규모 미입주 상태다.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주요 개발계획이 무산되는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입주한 하늘도시 우미린 1단지 아파트 전용 59㎡형은 전셋값이 4500만~9000만원으로 최고 두 배까지 차이가 난다. 대출금액이 시세에 육박하는 '깡통 아파트'가 속출하면서 하우스푸어가 된 집주인들이 염가에 전세를 내놨기 때문이다.
인근 우미공인 관계자는 "융자를 많이 안고 있는 물건은 반값에 전세를 내놔도 세입자들이 입주하기를 꺼린다"고 전했다.
서울에서도 전셋값 왜곡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입주한 서대문구 북가좌동 DMC래미안e편한세상 전용 84㎡형은 2억9000만원부터 3억6000만원까지 전세 물건이 나와 있다. 강남권의 기존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5㎡의 전셋값은 무려 1억5000만원이나 차이가 난다. 실거래가 기준으로 최저가 4억5000만원에서 최고 6억원까지 나갔다.
인근 잠실공인 관계자는 "집값이 떨어지면 전세보증금을 떼일 수 있어 대출이 많은 물건은 수요자들이 외면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시세보다 전셋값을 낮춰서라도 세입자를 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세시장 교란현상은 근본적으로 매매시장이 안정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세입자들이 하우스푸어 물건은 꺼리고, 세입자를 못구한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더 내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하우스푸어 구제를 위해서는 임시방편뿐인 정책보다는 거래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