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청문회> 정부·금융당국, 가계부채 질적 구조 개선에 초점

2013-07-04 11:05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를 두고 정부와 금융당국이 우려하는 것은 ‘질적 구조’의 악화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의 부채 증가, 저소득·고령층의 비중 확대, 변동금리와 일시상환 등의 대출구조 등은 가계부채의 심각한 잠재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정부와 금융당국은 대출구조 개선, 채무재조정 등 지원 확대, 대부업 관리 강화 등 전방위적인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소득향상 대책 등 근본적인 해법이 바탕이 돼야 이 같은 대책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 정부·금융당국, 전방위 부채 해소 대책 절실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실시한 가계부채 정책 청문회에 정부와 금융당국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현재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963조8000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올 들어 다소 주춤하는 양상이다.

부채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2011년 2분기 9.6%에서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 시행 이후인 같은 해 4분기 8.7%로 떨어졌다. 이어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4분기에는 5.2%까지 낮아졌다.

정부의 총량관리 대책과 부동산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양적 증가를 억제하는 데 있어서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현재 가계부채의 구조 개선은 시급한 상황이다. 저소득층의 부채가 늘어나 소비여력이 줄어들면 향후 경기회복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총량관리 등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을 지속하는 가운데 창조경제 실현과 일자리 창출 등으로 채무상환 능력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주택 공급물량을 신축적으로 조정하고 생애 최초 주택구입 자금 지원요건을 완화하는 등 수급 여건을 개선함과 동시에 다주택자 등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 단기보유 양도세 중과 완화, 분양가상한제 신축적 운영 등 규제도 합리화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서민금융에 대한 종합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미소금융 등 서민금융을 확대하고, 서민금융체제가 복잡해서 서민금융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대책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 내에 미시연구팀을 만들어 소득분위별, 연체기간별 상환부담 변화 및 2금융권의 안정성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 위원장은 또한 기초수급대상자와 차상위계층의 부채상황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뜻이 있다고도 답했다.

금융당국은 대출구조 개선과 소비자보호 강화, 채무조정 활성화 등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우선 현재 전체의 14% 수준인 고정금리,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 비중을 2016년 말까지 30%로 늘릴 계획이다.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고정금리 대출채권 유동화를 지원하고 은행의 장기·고정금리 자금조달 여건 조성을 위해 커버드 본드 도입을 위한 특별법 제정도 추진 중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에 따라 대출금리 비교공시 등을 강화해 소비자들의 선택권 보장폭도 넓힌다.

국민행복기금의 채무재조정을 활성화해 수혜대상을 확대하고, 하우스푸어 구제를 위한 금융권의 채무조정 활성화도 유도할 계획이다. 은행권 중심의 저신용·다중 채무자에 대한 프리워크아웃(채무조정) 프로그램도 비은행권으로 확대하고, 저신용자들의 대출 비중이 높은 대부업체에 대한 검사 등 관리도 강화한다.

◆ 전문가 "대책 이전에 소득부터 늘려야”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책이 단기적으로는 가계부채를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저소득층의 채무상환 능력을 높여줄 수 있도록 소득 향상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가계부채 수준에 대해 "금융기관의 시스템 불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저소득층의 삶의 질 측면에서는 가계부채가 위험한 수준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가계부채를 해소하려면 △소득 향상 △금융기관의 지원 △서민금융시스템 강화 등 세 가지의 축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부채를 감면한다고 해도 가처분 소득보다 원리금 상환액이 더 많은 저소득층이 빚을 갚기란 쉽지 않다"면서 "생계 자체가 어려운 이들을 위한 소득 향상 대책이 뒷받침이 되어야만 가계부채 대책이 실효성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행복기금 등의 채무재조정 대책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경기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취약계층의 생활여건이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데 있어 행복기금의 이 같은 지원책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 연구위원 역시 "대출구조 변경 등의 조치는 결국 한시적이며 부채 해소를 위해서는 가계소득이 늘지 않고 있는 점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