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수출 진단> "日엔저 효과·美출구전략, 수출전선에 걸림돌 작용"

2013-07-04 06:03

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이는 엔저 효과가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과 함께 우리기업의 수출전선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미국·유럽 등 선진국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업체들의 적극적인 공세가 시작되면 우리 기업들의 입지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하반기 세계 경제는 긍정적인 요건과 부정적인 요건이 혼재돼 있는 상황”이라면서 “특히 수익성이 충족된 일본기업들이 본격적인 단가하락에 나서면서 우리 기업들의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일단 세계 교역에 비교적 큰 영향을 미치는 선진국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석유화학과 철강은 엔저의 영향이 큰 데다 글로벌 공급과잉 현상으로 경기 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에 수익성이 개선된 일본 기업들이 수출단가 하락을 추가 단행한다면 세계 시장에서 우리기업들의 시장점유율 확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철강의 경우 엔저가 본격화된 올 1분기 일본 기업이 단가를 17% 이상 인하하면서 한국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24%에서 올해 1분기 20%로 크게 감소했다. 석유화학 역시 일본제품의 수출 단가가 9.7% 가량 인하되면서 한국 시장 점유율이 1% 가량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더 우려해야 할 부분은 엔저의 장기화”라며 “일본의 고령화, 엔캐리 트레이드 재개 가능성 등 구조적 요인이 엔화절하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엔저가 장기회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수출경합은 지난해 56.8%로 일본과 교역하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기 때문에 인하될 수출가격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책 당국과 기업들은 우리 경제에 타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책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엔저 영향이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서동혁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실장은 “엔저 영향은 하반기에 좀 더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엔달러 환율이 100엔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진전되지 않는 한 수출 회복세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실장은 “엔 약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주요 예측기관에 따를 때 엔달러 환율은 95~105엔 범위 내에서 변동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하반기 엔달러 환율이 현재보다 크게 높아지지 않더라도 원달러 환율 하락 추이에 따라, 원/엔 환율 하락 기조는 속도는 완화되지만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