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간 줄다리기 속 깜깜한 주택시장
2013-07-02 18:18
취득세율 인하 놓고 안행부·국토부 대립각<br/>미뤄지는 정부 발표에 거래시장 정체 장기화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현재 주택세제는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7~8월부터 취득세 및 보유세 등 세제 개편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방침이다."(국토교통부)
"주무부처가 아닌 부처가 취득세 인하를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취득세를 인하하는 정책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안전행정부)
최근 주택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취득세 등 주택세제 개편을 두고 정부 부처인 국토부와 안행부가 맞붙었다.
취득세율을 영구 인하하겠다는 국토부 방침에 지방자치단체 세수 감소를 우려한 안행부가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기획재정부도 취득세 인하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어서 세제 개편은 앞으로 부처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질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고 창조경제를 지원하는 '정부 3.0'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소통과 협업이 이뤄지지 않아 정책 신뢰도를 떨어트리고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제 등 주요 정책마다 부처간 마찰
국토부는 예전부터 세제 감면을 놓고 기재부와 협의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세제 업무는 예산을 총괄하는 기재부가 맡고 있지만, 주택시장에서 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보니 국토부와의 협의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주택시장을 정상화시키는 업무가 관건이고, 기재부는 거시경제 차원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마찰이 있어 왔다. 최근에는 취득세율 인하문제를 놓고 국토부와 안행부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현재 4%인 취득세율을 1~2%로 영구 인하하겠다는 국토부 입장에 대해 안행부가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주석 안행부 지방재정세제실장은 지난 1일 "지난달 당·정·청 회의에서 취득세 감면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한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취득세 영구 인하는 지방 재정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지방세수 보전이 먼저라는 것이다.
국토부는 재산세 과세표준의 기준 상향 등 보완책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다른 부처들의 마음을 돌리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세제뿐 아니라 국토부는 다른 부처와 주요 정책을 놓고 갈등이 잦은 편이다. 국토부가 총괄하는 건설·부동산과 교통·물류가 사회·경제·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한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국토부가 맡은 분야가 방대해 힘이 있는 부처처럼 보이지만 예산을 총괄하는 기재부 등 다른 부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경제여건이 좋지 않은 요즘에는 예산을 축내고 있다는 눈총도 받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기재부와는 예산을 놓고 갈등이 잦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약가계부에서도 오는 2017년까지 사회간접자본(SOC) 지출을 대폭 줄여 11조6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방안이 담겼다.
최근 4대강 사업과 댐 관리 문제를 놓고 보이고 있는 환경부와의 대립관계도 대표적이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부처간 특성이 관련 사업 추진에서도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부처간 자기 밥그릇 챙기기도 여전히 나타나는 고질적인 문제다. 인천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사업이 추진되는 경제자유구역의 경우 현재 기재부가 총괄하고 있지만, 국토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국토부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최근 정부 조직개편 때는 국토부의 한 산하기관을 안행부 소속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나타나 두 부처간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국회 통과도 힘든데… "정부가 발목 잡네"
4·1 부동산 대책 발표 때만 해도 국토부 관계자뿐 아니라 기재부 세제실장까지 동석해 부처간 칸막이를 없앤 사례로 비춰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취득세 감면방안을 놓고 기재부, 안행부 등과 의견차를 나타내면서 부동산시장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대책이 실효성을 나타내는 데 관건이 국회 통과였다면 이제는 더 나아가 정부 부처간 협의가 우선이 된 셈이다.
앞서 올 초 취득세 감면 연장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주택 거래시장은 정부 발표만 기다리면서 상당 기간 정체현상을 빚은 바 있다.
지난해 말 취득세 감면이 종료되고 감면 연장이 확정되지 않았던 올 1~2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최근 5년새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정부 정책의 지연이 부동산시장에 불안감을 키워주고 있는 셈이다.
1월과 마찬가지로 취득세 감면이 종료됐지만 향후 방향이 결정되지 않은 7월 거래시장에서도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장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이미 매수자들은 6월까지 대부분 거래를 완료했고, 매수계획이 있는 수요자들도 정부 정책을 기다리며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4·1 대책으로 어느 정도 탄력을 받은 부동산시장의 약발이 떨어지기 전에 빠른 부처간 협의를 통해 연착륙을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회 통과 과정도 어려운 마당에 부처간 협의가 잡음을 나타내면 수요자들의 매수심리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패러다임 변화에 맞는 부동산세제 개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