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회사채 안정 긴급 수혈안…조선·해운·건설 회생카드 될까

2013-07-02 18:12

아주경제 박재홍 기자=정부의 회사채 안정화 방안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장기불황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조선·해운·건설 등의 업종에 회생카드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2일 정부 부처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신제윤 금융위원장 등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회의를 개최하고 회사채 시장 안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정부는 이날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르면 이번 주 중 회사채 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사채 시장 안정화 방안으로는 지난 2001년 도입됐던 회사채 신속인수제나 채권시장안정펀드와 담보부사채 활성화, 적격기관투자가 제도 개선 및 영구채 발행 활성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방안을 통해 현재 유동성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과 해운·조선 업종 등을 중심으로 신용등급 A 이하인 기업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시장 전체에 대한 고사위기를 넘기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반응이다.

눈앞에 닥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당장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업체들부터 우선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업이나 해운업·조선업 등의 유동성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던 이야기"라며 "정부에서 해운보증기금이나 선박금융공사 등 정책개편에 맞물려 논의만 되고 있는 사이 업체들은 이미 죽어가고 있다"고 정부의 뒤늦은 지원을 지적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재 건설·해운·조선사들이 오는 하반기에 갚아야 하는 회사채 규모만 4조359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까지 합하면 건설부문만 4조원이 넘고, 해운부문에서는 주요 4개 해운사의 회사채 규모만 1조원에 달한다.

앞서 이들 업종은 극동건설 인수로 인해 그룹 해체까지 가게 된 웅진그룹과 주축 계열사인 STX팬오션이 법정관리로 돌입한 STX그룹의 문제가 연달아 터지면서 대외 신용도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검토까지 겹치면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어 이들 업종은 유동성 공급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연구원은 "다른 업종은 몰라도 해운업 같은 경우는 (정부의 회사채시장안정화 방안이)확실히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현재 글로벌 대형 해운사들의 경우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하위 업체들을 고사시키려는 전략을 펴고 있기 때문에 우선은 당장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하다"고 말했다.

양 연구원은 특히 "해운업의 경우, 당장 국내 해운선사들이 사라지면 해운 상권이 해외 업체로 넘어가고, 운임들도 모두 상승하게 돼 있다"며 "우리나라 같은 수출 국가에서 해운업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국가 기간산업으로 정부에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일 해운시장분석센터 부연구위원은 "정부 입장에서는 현재 해운사들의 경영위기 원인이 기업 자체의 구조상 문제인지, 시장 전체의 문제인지 파악해야 하는 역할도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도미노 파산 등의)문제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우선 급한 불을 꺼주면 내년 하반기에는 해운업 시황이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