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최저임금 '빛 좋은 개살구’

2013-06-26 15:42

아주경제 김정우 기자= 매년 6월 말께가 되면 노동계와 재계의 촉각이 곤두선다. 다름아닌, 이듬해의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역시 최저임금 법정기한(27일)을 앞두고 노사가 한 발 물러섬 없이 대치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본래 국가가 근로자들의 생활안정 등을 위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다. 하지만 우리 사회 곳곳을 들여다보면 이에 대한 법 위반이 만연한 게 사실이다.

고용노동부가 26일 발표한 브랜드 미용업체의 근로조건 위반 여부에 대한 감독실태를 보면 최저임금은 보기 좋은 허울에 불과한 것을 여실히 느끼게 해준다. 조사 결과 점검업체 207개소 중 절반이 넘는 109개소에서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거나 각종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감독 대상이 이철 헤어커커, 이가자 등 미용업계에서도 알아주는 업체임을 감안했을 때 인지도가 이보다 떨어지는 곳에서는 얼마나 더 심각한 위반이 이뤄질지 대충 짐작할 만하다.

이는 비단 미용업계뿐만의 문제가 아니다. 편의점과 주유소 등 청소년 아르바이트생들을 주로 고용하는 사업장 가운데 상당수도 최저임금법 위에 스스로가 정해놓은 시급을 올려둔 지 오래다.

이처럼 공공연하게 노동력 착취가 이뤄지는 현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얼마나 올리는 것이 과연 중요할지 의문이다. 최저임금이 노동계 요구대로 5910원이 된다고 한들, 지켜지지 않으면 보기 좋은 숫자에 불과할 뿐이지 않은가. 최저임금 인상만을 놓고 혈안이 되기보다 지켜지도록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