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투자식 M&A’ 두산산업차량 합병으로 입증(상보)
2013-06-24 21:10
두산인프라코어가 SPC에 매각 후 2년여 만에 (주)두산이 지분 전량 인수<br/>SPC에 매각·경영권 유지→성장성 확보→재인수 성공사례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사모투자펀드(PE) 투자유치를 통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에 매각’이라는 새로운 인수·합병(M&A) 방법을 국내에 처음 소개했던 두산그룹이 PE에 매각했던 계열사를 다시 인수했다.
두산그룹 지주회사인 ㈜두산은 24일 이사회를 열어 지게차를 생산하는 두산산업차량과 그룹 계열사에 공통지원업무(shared service)를 제공하는 엔셰이퍼를 합병키로 했다고 밝혔다.
두산산업차량은 지난 2011년 4월 두산인프라코어의 지게차 사업부문을 떼어내 분리 독립해 설립한 회사다. 당시 2450억원에 영국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계열로 일종의 PE인 ‘SCPE’와 그룹 계열사이자 투자회사 운영 목적회사(SPC)인 DIP홀딩스에 매각됐다. DIP홀딩스가 회사 지분의 51%를, SCPE가 49%를 보유하고 있었다. DIP홀딩스는 (주)두산이 100% 지분을 투자해 설립된 SPC이기 때문에 두산그룹 계열에 속한다.
(주)두산은 두산산업차량 지분 전량을 인수키로 했으며, 인수가격은 약 2000억여원 규모로 알려졌다. 주식을 추가로 발행하지 않는 무증자 방식으로 합병을 추진키로 했기 때문에 실제 집행하는 돈은 SCPE에 지급할 107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합병후 두산산업차량은 (주)두산내 비즈니스그룹(BG)으로 출범하게 될 것으로 보이며, 박진원 사장(CEO)을 비롯한 현 경영진도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1년 당시 건설기계와 공작기계에 사업역량을 집중하고, 투자재원 마련과 선제적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해 산업차량 사업부문을 매각키로 하고 여러 방안을 추진하던 중 두산이 앞서 선보였던 SPC와 PE에 매각하는 방법을 택했다.
즉, DIP홀딩스는 두산그룹이 2009년 당시 구조조정을 위해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다. 당시 두산그룹은 미래에셋PEF와 IMM프라이빗 에쿼티 등 PEF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양 PEF는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이자 투자목적법인인 오딘홀딩스를 설립했다.
DIP홀딩스와 오딘홀딩스는 각각 51%대 49%의 비중으로 삼화왕관, SRS코리아, 두산DST 등 계열사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두산그룹으로부터 매입했고, 두산그룹은 매각대금으로 재무구조개선에 활용하면서 계열사의 경영권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PEF로서도 경영권을 보장하는 대신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양측 모두에게 ‘윈-윈’인 셈이다.
이 방식의 또 다른 장점은 좋은 조건이 맞으면 새 주인에게 기업을 매각할 수 있으면서 기업가치가 향상될 경우 계열사를 두산그룹이 다시 사들일 수 있는 우선권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삼화왕관이 금비에 매각됐으며, 두산산업차량은 후자에 속하게 됐다.
SPC에 매각할 당시 연간 매출액 5000억원 수준이었던 두산산업차량은 2년여 만인 지난해 매출액 6720억원, 영업이익 361억원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을 향상시킴으로써 두산그룹의 신개념 구조조정 방식이 성공적임을 입증했다.
비핵심사업 매각 및 정리를 추진해온 (주)두산은 이번 합병으로 새로운 성장을 위한 모멘텀을 갖추게 됐으며, 두산산업차량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춰 시장, 제품 다각화에 필요한 투자여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두산은 이와 함께 그룹 내 계열사에 대한 공통지원업무를 수행하는 옌셰이퍼를 합병키로 했다. 옌셰이퍼는 두산그룹 계열사의 총무 관련, 복리후생 등 지원업무를 하는 회사다.
㈜두산은 이번 합병으로 계열사의 공통지원업무를 지주회사로 통합해 보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엔셰이퍼는 지난해 매출액 120억원, 영업이익 6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