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이른바 '티켓다방'의 종업원이 윤락행위를 전제로 업주로부터 받은 선불금은 갚을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김모(25)·조모(26)씨 등 티켓다방 종업원 2명이 "윤락행위를 조건으로 한 선불금 대여는 불법이므로 이를 무효화하고 대신 손해배상금을 달라"며 다방 업주 박모(45)씨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가 준 선불금은 김씨 등의 윤락행위를 전제로 했거나 윤락행위와 관련성이 있는 경제적 이익으로 모두 불법적 원인급여에 해당해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선불금 대여는 윤락행위를 전제한 경제적 이익으로 민법상 반사회질서 법률행위이기 때문에 무효로 봐야 한다"면서 "이를 유효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시했다.

티켓다방 선불금이 불법이라는 것을 판결한 대법원의 첫 판례다. 2009년 2월 김씨와 조씨는 경남 김해시 삼정동 G다방 업주 박씨에게서 2000여 만원의 선불금을 받은 뒤 공정증서(연이율 49%)를 작성하고 한 달 가량 일했다.

업주 박씨는 이들에게서 매달 30만원의 재료비를 받고, 결근할 경우 하루 25만원, 지각할 땐 시간당 2만원을 이들 수입에서 제하거나 선불금에 더했다.

조씨가 몸이 아파 하루 쉬자 박씨는 집에 찾아와 재떨이를 던지며 협박하기도 했다. 2명 종업원은 하루 평균 20만원 가량 벌었지만 그중 절반은 업주 박씨와 나누고, 나머지도 선불금 이자와 원금을 공제하면 실제로 손에 쥔 돈은 거의 없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두 사람은 결국 다방을 나왔고, 박씨는 두 사람이 못 갚은 채무를 받겠다며 강제집행에 나섰다.

1심은 원고 승소로 판결, 선불금을 무효로 하고 업주 박씨가 원고들에게 손해배상금으로 1000만원씩을 지급토록 했다. 하지만 2심은 원고들이 본인 의사에 따라 성매매에 나섰던 점 등을 들어 이 선불금은 박씨가 대여한 돈으로 봐야 한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