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양적완화 축소 재확인…주식·채권·원화 '트리플 약세'

2013-06-24 11:19

아주경제 이수경·박정수 기자=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이 19일(현지시간) 미국의 양적완화(QE) 정책 축소와 관련한 구체적 시기를 언급하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큰 충격을 받았다.

미국이 자산 매입 규모를 줄이고 유동성을 회수하면 신흥시장에서는 자금의 급격한 이탈로 인한 충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하루 동안 주식과 채권, 통화가치가 모두 떨어지는 '트리플 약세' 현상이 나타났다.

◆ 코스피 장중 1850선 붕괴…채권 금리 급등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7.82포인트(2.00%) 내린 1850.49로 장을 마쳤다. 지난해 8월 이후 약 10개월 만에 연중 최저치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확대되면서 코스피는 장중 1844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1.74% 하락했으며, 토픽스지수는 1.33% 떨어졌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대 밀렸고, 홍콩 H지수는 3% 가까이 하락했다. 이어 호주 지수와 대만 지수도 각각 1~2%선 내려 동반 약세를 보였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달부터 시작된 이머징 마켓에서의 강한 자금이탈이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유동성 측면에서 글로벌 전체의 축소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7bp(1bp=0.01%) 급등한 2.35%까지 상승하면서 연중 고점을 기록했다. 달러화 역시 급반등하면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주식, 채권, 외환 등 동시다발적인 약세를 가져오고 있다.

같은 날 브라질의 국채 금리도 5년물과 10년물이 각각 27bp, 22bp 올랐으며, 인도·태국·필리핀·인도네시아 등 대부분의 이머징 국가의 국채 금리가 상승했다.

이날 한국의 국채 금리도 3년물과 5년물이 각각 전일 대비 13bp, 14bp씩 상승하며 2.94%, 3.16%를 기록했다. 국고채 10년물과 20년물도 17bp, 15bp 오른 3.41%와 3.56%로 집계됐다.

이머징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일부 이탈하면서 금리는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최석원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2011년 이후 외국인들이 꾸준히 채권을 사들였으나 포지션 축소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 등 이머징 국가는 환율의 움직임이 크고 인플레이션 우려도 있어 우려의 주된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 센터장은 "한국의 경우 신용등급, 외환보유액 등을 감안했을 때 여타 국가 대비 금리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신용 및 인플레이션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 이상 안정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 환율, 연고점 돌파…추가 급등은 제한적

외환시장도 들썩이긴 마찬가지였다. 미 국채 금리의 급등에 따라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장중 발표된 중국의 6월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가 48.3으로 시장 전망치 49.1을 밑돈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4.9원 급등한 1145.7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7월 26일 달러당 1146.9원을 기록한 후 약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FOMC 발언 여파로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의 역외 환율이 10원 가까이 올랐고, 외국인의 매도심리가 지속되면서 환율 하단을 지지했다"면서 "다만 달러 추가 매수에 따른 부담과 네고물량 공급으로 추가 상승을 제한했다"고 분석했다.

당분간 원화는 지속적인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하지만 추가 급등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된다.

손 연구원은 이에 대해 "이미 예상했던 바였기 때문에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했던 지난달보다는 충격이 덜하다"면서 "선제적으로 달러화 강세를 반영하고 수출업체의 네고물량 등 공급과 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감 등이 작용하며 급등세는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정훈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연구위원은 "7월 초·중반까지는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불확실성이 사라진 데 따라 이후 1130원까지 다시 되돌려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느려진다면 이는 오히려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