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장 무더기 낙제...대폭 물갈이 현실화되나
2013-06-19 18:07
아주경제 주진 기자=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각종 비리와 역량 부족으로 낙제점을 받은 공공기관장이 96개 기관 중 18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기관장 대폭 물갈이가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특히 원자력안전기술원과 석탄공사 2개 기관은 ‘기관장 교체 대상’인 최저 E등급 평가를 받았고, 한국수력원자력, 에너지관리공단,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여수광양항만공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등 16개 기관은 사실상 낙제점인 D등급을 받았다.
아울러 ‘리더십ㆍ책임경영ㆍ주요사업ㆍ계량ㆍ노사관계’ 등 5개 부문 중 어느 한 부분이라도 문제가 있을 경우 받는 C등급 기관장도 30명에 달하면서 공공기관장 물갈이 폭은 전체 295개 공공기관 중 100명을 훌쩍 넘기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전날 발표된 정부 평가 결과가 기관장 인사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여러 참고 요인이 되지 않겠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모든 평가라는 것이, 평가 그 자체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날에도 “그 평가를 가지고 남은 인선을 하겠다, 말겠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인선에 있어서 평가는, 더구나 정부의 (공적인) 평가는 일부 반영이 된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은 “경영평가는 인사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이를 판단하는 것은 인사권자의 몫”이라고 밝혔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공공기관장 인사 폭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공공기관장 인선에 대해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며 거듭 국정철학과 전문성을 강조해왔다.
최근에는 ‘평판 검증’에도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공공기관장들이 ‘낙하산 시비’ 또는 ‘관치(官治)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에 큰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기준에 입각에 청와대는 이달 초만 해도 60여 곳에 달하는 공공기관장에 대한 인사검증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금융기관장들이 잇따라 특정 부처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이른바 ‘관치 논란’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진행 중이던 각 부처 차원의 공공기관장 인선 공모 절차를 최근 사실상 중단시키고, 후보군을 대폭 확대해 정밀한 인사 검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달 말 발표될 공공기관 합리화 방안과 맞물리면서 기관장 인선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