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회장, 다시 세계 경영 이야기할까?

2013-06-18 15:38
2010년 “기회 있으면 이야기 할 것” 발언후<br/>오는 9월 두 번째 자서전 출간, 대우해체 비밀도 담길 듯<br/>개성공단 비난 등 발언 수위도 높아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몸만 좋아지면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거야.”

지난 2010년 3월 22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개최한 대우그룹 창립 43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3년여의가 흐른 2013년 9월. 김 전 회장은 자신이 걸어온 행적을 담은 자서전을 발간할 예정이다. 1989년에 나온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에 이어 그가 직접 쓰는 두 번째 책이다.

책에 담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3년전 그의 발언대로 ‘이야기할 기회’가 이 책을 통해서라면, 대우그룹 해체와 관련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도 실릴 것으로 추정된다.

대우그룹 임원 출신 한 관계자는 “대우그룹 해체 이후 주변인들만 떠들어댔을 뿐 김 전 회장은 그룹에 관해 어떠한 것에도 함구했다. 대우그룹의 본질을 깎아내리는 발언도 참아왔다”며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김 전 회장이 오해를 바로잡고 대우그룹이 이룩한 성과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매스컴에 나타나는 빈도도 점차 늘어나면서 발언의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올초 국내 한 방송사와 인터뷰를 한데 이어, 지난 14일에는 하노이 대우호텔에서 베트남 한인상공회와 가톨릭대가 공동 개최한 한 세미나에 참석해 주제 강연에서 “개성공단은 당시 정권이 리스크 분석과 시험운영 등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대북사업에 대한 견해이긴 하지만 공개석상에서 김 전 회장이 정부 정책을 문제 삼은 것은 자리에서 물러난 뒤 처음이나 다름없다. 더군다나 개성공단 사업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추진한 상징물이다. 많은 대우인들은 멀쩡하던 대우그룹이 갑자기 뿔뿔이 찢어진 것은 고 김 전 대통령 때문이었다고 여기고 있다.

또 다른 대우그룹 출신 관계자는 “베트남을 들를 때마다 회장님을 찾아뵙는 옛 대우맨들이 많은 데, 회장님은 과거를 잊으라고 말한다”며 “하지만 그의 눈에는 여전히 세계경영의 날개를 펼쳐 보지 못한 아쉬움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1936년생으로 올해 78세를 맞는 김 전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23조원에 달하는 추징금도 여전히 발목을 붙잡고 있다. 모든 게 끝난 이 시점에서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 회장은 대우인들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꾸준히 고민해 왔다고 한다. 대우인들의 모임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중심이 돼 추진하고 있는 비즈니스맨 양성과정과 국내기업들의 해외사업 컨설팅 사업 등에 김 전 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우그룹 출신 관계자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싶은 김 전 회장이 어느 정도 결심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과거의 대우그룹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최소 우리가 걸어온 길이 옳았다는 것은 인정받고 싶은게 김 전 회장을 비롯한 모든 대우인들의 심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