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 '딜레마'

2013-06-18 14:31
지준율 인하냐…대출억제냐

중국 인민은행 전경[베이징=신화사]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자금 경색에 시달리는 중국 대형 은행들이 중국 당국에 유동성 완화를 요구하면서 중국 중앙은행이 시중에 자금을 풀어 은행권의 유동성 경색을 완화할지, 신규대출을 지속적으로 억제해야 할지 딜레마에 처해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중문판이 17일 보도했다.

최근 들어 중국내 외국 자본 유입이 둔해진 데다 중국 정부가 그림자 금융 억제안으로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번 달 들어서부터 중국 은행간 금리가 치솟는 등 유동성 상황이 나빠지면서 중국 은행권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7일 중국 농업발전은행은 계획했던 채권 발행 규모를 260억 위안 규모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앞서 14일 중국 재정부도 발행 목표액인 150억 위안에 크게 못 미치는 총 95억3000만 위안 어치 국채를 발행하는 데 그쳤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 은행권이 인민은행에 유동성 완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 유동성 완화의 대표적인 방안으로는 지급준비율 인하가 거론되고 있다.

중국 4대 국유은행 중 한 곳의 고위인사는 “은행 내부적으로 인민은행이 19일 저녁 지급준비율을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광다은행 쉬가오 애널리스트도 “인민은행이 수주 안으로 유동성 경색을 완화할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중국 당국은 급증하는 신규대출을 규제해 그림자 금융 리스크를 막아야 할 과제도 떠안고 있어 쉽사리 유동성을 완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서방국가의 중앙은행과 달리 중국 인민은행은 지도부의 영향권 아래에 있다. 때문에 인민은행이 지준율 인하 등의 조치를 취한다면 이는 중국 지도부가 중국 경제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신규대출 억제를 포기하는 신호로 내비쳐질 수 있다. 이는 그 동안 통화재정 정책 조절에 기대 경기둔화를 막기 보다는 경제개혁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할 것이라는 중국 지도부의 입장과 상반되는 것으로 중국 통화정책의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

중국 스탠다드차타드의 리웨이 이코노미스트도 “현재로서 지준율 인하는 매우 논쟁거리”라며 “거시 경제 정책의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중앙은행 산하 금융시보도 17일자 사설을 통해 “현재 중국 은행권 자금경색 문제는 그 동안 이들이 은행간 단기자금 거래에 과도하게 의존했기 때문”이라며 “은행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자금 조달난을 해결해야 하며 중앙은행에 유동성 공급을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