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쓸쓸하고 고요한 한강공원의 풍경' 노충현 '살풍경'展

2013-06-18 11:19

Choonghyun Roh 산책 2013 oil on canvas 227 x 162 cm 이미지제공: 국제갤러리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몹시 쓸쓸하고 고요한 정경'이라는 의미의 ‘살풍경(Prosaic Landscape)' 연작을 선보이는 작가 노충현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고 있는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오랫동안 거닐며 지켜본 한강시민공원의 한적한 풍경 25점을 전시한다.

장마와 폭설과 함께한 계절의 변화의 모습을 포착한 풍경들이다. 전시장 1층 안쪽에는 밤의 풍경과 한 겨울의 눈에 덮인 풍경들이, 2층에는 여름의 장마철 풍경을 담은 그림이 걸려있다.

'발견의 힘'이다. 순간순간의 풍경-장면은 '절묘한 세상'이다. 그 순간 인상과 곧 사라져 버릴 듯한 기억과 감정들이 섬세하고 예민하게 담겼다.

일반인에게 그저 '산책의 공간'이었던 한강의 풍경은 그림속에 등장하자 익숙하면서도 낯선 모습으로 숨겨진 촉각을 자극한다.

누군지모를 한 사람이 눈 덮인 흰 길을 걸어가는 장면(산책)과, 눈으로 덮인 '편의점'은 분명 현실의 공간인데 꿈의 공간(허구)처럼 비밀스럽고 몽환적으로도 보여진다. 순간을 살고 있는 덧없는 기쁨에 문득 기이한 슬픔이 찾아오는 그런 풍경이다.
편의점 2013 oil on canvas 112 X 145.5cm 이미지제공: 국제갤러리

앙가주망. 그의 회화가 담아내는 한강 계절에 따른 자연적 풍광과 사회현상에 따른 인공적 풍경들의 조합은 서울이라는 도시 안의 공간이 지닌 중층적인 의미들로 이어진다.

2005년의 첫 개인전 '살풍경'이 서울이 그 안에 살고 있는 존재들의 삶에 미쳤던 상실의 정서를 부재의 풍경으로 담았다면, 2006년의 동물원 <자리>연작은 아무 동물도 없는 우리를 그림으로써 정체성이 애매한, 흡사 근대성이 스쳐 지나간 텅 빈 ‘자리’ 같은 공간을 표현했다. 세 번째 개인전 <실밀실>에서는 군사독재시절의 역사적 시간이 지닌 공간의 모습을 회화로 기록함으로써 작가 개인이 지나온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끄집어냈었다.

상실의 정서등 도시 속 메마른 도시풍경을 재현하는 모호하고도 흐릿한 <살풍경> 연작은 작가의 연민으로 가득찬, 풍경이 꿈꾸는 머나먼 흔적처럼 보인다. 전시는 7월 14일까지.(02)735-8449
Choonghyun Roh여름의 끝 3 2013 oil on canvas 115 X 115 cm 이미지제공: 국제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