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다시 공방전 부활...남북관계 안개 속으로
2013-06-13 17:11
- 칼 뺀 정부 강경 발언에 북한 질세라 반격...남북 난타전에 돌입
아주경제 오세중 기자=남북 당국회담의 무산과 동시에 남북 간 말대말 공방전이 재점화됐다. 남북관계 경색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것이다.
먼저 칼을 빼든 건 우리 정부다.
회담이 무산된 다음날인 12일 통일부 당국자는 "수석대표와 관련한 수정 제안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고,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같은 날 "이번 회담은 무산"이라고 못 박았다.
심지어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회담 무산에 대해 "대화는 격(格)이 맞아 서로 수용할 수 있어야지 일방적으로 굴욕을 당하는 대화는 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잇따른 발언은 회담 무산에 대한 정부 입장을 명확히 함으로써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초 북한은 회담 무산 다음날 관련 소식의 언급 없이 노동신문을 통해 6.15기념행사는 분위기 전환 위해 열어야 한다는 입장만 밝혔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강한 어조의 질책이 이어지자 북한은 13일 바로 반격에 나섰다.
먼저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이날 대변인 담화에서 "북남당국 회담이 괴뢰패당의 오만무례한 방해와 고의적인 파탄책동으로 시작도 못해보고 무산되고 말았다"며 "도발적 망동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사태가 북남관계에 미칠 엄중한 후과에 대해서는 남측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우리는 북남당국회담에 털끝만한 미련도 가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이 신문은 우리 정부가 북측에 수석대표로 통일전선부장이 나올 것을 요구한 것은 무지한 것이고, 오히여 우리측이 장관을 보낼 것처럼 했다가 차관으로 수석대표를 바꾸는 '무례무도의 극치'를 보였다고 비난했다.
우리 정부도 조평통 담화에 대해 "북한의 억지 주장"이라면서 "당국 대화가 무산된 것은 서석대표 급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다가 일방적으로 대표단 파견을 보류하고 무산시킨 북한 당국의 태도에 기인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또한 조평통이 우리 정부가 통일부 장관을 내보내겠다고 약속했다는 주장에 대해 "반드시 장관이 나간다는 것은 아니다. 장관급이 하는게 좋은데 귀측의 사정 있다면 그에 상응하게 보내겠다는 점을 실무접촉에서 계속 얘기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남북 대화의 역사에 노동당 비서 나간 적 없다'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서도 "1994년 정상회담 예비접촉 대표로 김용순이 대남 담당비서로 나왔다"면서 "당시 당 비서이면서도 통전부장 타이틀 갖고 나왔다"고 지적했다.
통일부는 이날 조평통 담화를 조목조목 해명하며 "북한이 수석대표 급(級) 문제를 이유로 남북당국회담을 무산시키고 오늘 담화를 통해 실무접촉 과정을 일방적으로 왜곡해 공개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통일부 관계자는 남북 간 실무접촉 수준의 만남이라도 다시 제의할 가능성있냐는 질문에 "현재까지는 (제의할) 그럴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북한은 회담 무산 이후 이틀째 우리측 통신선 통화시도를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