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갤러리,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휘호전'

2013-06-12 16:59
이승만~이명박 전대통령·영부인들 글씨등 50점 전시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휘호전'이 13일부터 서울 소공동 롯데갤러리에서 열린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과 대한민국임시정부 김구 주석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역대 지도자와 대통령의 휘호와 각종 글씨 50여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휘호'의 사전적 의미는 ‘붓을 휘두른다’는 뜻이다. 강력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친필휘호는 단순한 글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길게는 20여자 내외로, 짧게는 단 몇 글자로 축약된 지도자들의 휘호. 다사다난한 격변기를 거친 우리나라 국민들은 지도자, 특히 대통령이 적어 내린 휘호를 통해 사기진작뿐 아니라 지침,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대통령의 휘호는 대한민국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반영한다는 것이 이번 전시의 취지다.

전시는 5부로 나눠 선보인다.


1부는 대한민국의 태동을 이루었던 두 지식인이자 사상가, 정치적 경쟁자였던 이승만대통령과 김구주석의 휘호를, 2부에서는 근대화와 민주화의 대척점에서 사상과 정치를 이끌었던 박정희대통령과 김대중대통령의 휘호를 역사적, 정치적 사건과 대비하여 비교했다.

어려서부터 한학을 배우고 서예를 연마한 이승만 전 대통령의 글씨는 역대 대통령 중에 가장 뛰어난 글씨를 가진 대통령으로 꼽힌다. 기교가 뛰어나고 유려한데 특히 ‘민족정기’라고 쓴 휘호는 그의 유려하고 개방적인 사상을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 이념을 휘호를 통해 드러낸 대표적 대통령이었다. 확인된 휘호나 현판만 1200여점에 이르는데 특유의 박력 있는 필체는 ‘사령관체’로 불리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최근 경매에서 박 대통령 휘호로는 역대 최고가에 팔린 ‘우리들의 후손이’로 시작되는 휘호 등을 볼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야 시절에는 동지들에게 자신의 철학이 담긴 휘호를 나눠줬지만, 대통령 시절에는 휘호를 거의 남기지 않았다. 전시에 출품된 ‘새 천년 새 희망’이라는 휘호는 ‘대통령 김대중’이라는 글이 들어가 희귀작으로 평가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휘호 대신 SNS 등 새로운 소통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재임 기간에 남아있는 휘호가 거의 없다. 전시에서는 2007년 10월 육로로 북한을 방문할 때 방명록에 남긴 ‘평화를 다지는 길, 번영으로 가는 길’이라는 글의 인쇄본이 전시에 출품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매년 신년 휘호를 발표해 5~6개의 휘호가 있지만 국가기록원에서 아직 자료 정리를 마치지 않아 외부 반출이 금지되면서 한 기관의 방명록에 남긴 글이 대신 출품됐다.
이 외에도 육영수, 손명순, 이희호 등 역대 영부인들의 글씨도 볼 수 있다.

롯데갤러리 성윤진 큐레이터는 "역대 대통령들은 성격이나 통치 스타일, 시대상에 따라 휘호와 글씨도 제각각인데 이들의 글씨를 비교해보는 것도 전시의 묘미"라며 "이번 전시는 대통령들의 '글씨'를 통해 한 나라의 방향과 기조에 미친 영향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7월 7일까지. (02)726-4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