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관광·횡단철도…기지개 켜는 '대북사업' 뭐있나?

2013-06-10 17:24
서랍에 쌓아뒀던 관련 자료 다시 꺼내

아주경제 채명석·박재홍 기자= 6년만에 재개되는 남북간 대화에 재계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대북사업 부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남한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로 바뀐 북한이 대치국면을 벗고 화해 모드로 전환하기 위한 움직임을 드러내면서 기업들이 그동안 서랍에 쌓아뒀던 대북사업 관련 자료를 다시 꺼내 읽기 시작한 것이다.

오는 12일 서울에서 열리는 남북간 당국회담으로 북한 리스크가 완전히 씻겨진다고 장담할 수 없지만 남북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 조업 및 금강산 관광사업이 재개된다면 꺼져가는 대북사업의 희망의 불씨를 다시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재계와 중소기업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간 진행된 남북 정상회담 당시 작성했던 남북 경협 관련 내용을 되짚어 보고, 향후 마련될 기회를 잡기 위한 사전작업에 들어갔다.

대북사업을 추진했던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아직 결정난 게 없어 뭐라 말 할 것은 없다. 예전 자료를 복습하고 보완점이나 개선 사항을 점검하고 있다”며 “(대북사업은) 정부와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2000년 1차,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때와 비교해 큰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사업에 열의를 보이고 있는 기업은 단연 현대그룹이다.

현대그룹은 금강산 관광사업 및 개성공단사업 이외에 고 정몽헌 전 회장이 지난 2000년 8월 22일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나 ‘경제협력사업권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했다. 합의서의 골자는 현대가 북한의 모든 사회간접자본시설과 기간사업시설을 사업대상으로 30년간 개발, 건설, 설계, 관리 및 운영과 이용에 따른 무역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북한은 지난 2011년 이 합의서를 파기했다. 현대그룹은 사업이 재개된다면 북측과의 합의서 효력 회복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다른 대기업들도 눈에 띄지는 않지만 꾸준히 북한과의 사업의 길을 모색해 왔고, 여건만 조성된다면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는 북한 철광석 광산을 개발해 포항과 광양 제철소로 도입을 검토해왔고 대우조선해양은 남포수리조선소 건설에 관심을 보인 바 있다. KT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구에 대한 전화선 개설을 기반으로 북한 지역내 통신 인프라 건설을 추진해왔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SK그룹 등은 그룹 차원에서 대북사업을 추진하지는 않았지만 두 번의 남북 정상회담 당시 총수 또는 핵심 경영인이 직접 대통령을 수행하며 평양을 방문해 북측과의 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신원에벤에셀, 좋은사람들, 태광산업, 청송 등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표정도 한결 밝아졌다. 입주 기업들은 현재 자체적으로 인력 등을 꾸려 개성공단 재입주 후 그동안 중단됐던 생산 시스템을 재가동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한창이다.

공기업들도 북한내 인프라 구축 사업을 시도했다. 2006년 중단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경수로 건설 공사에 주 계약자로 참여했던 한국전력을 비롯해 코레일도 정부와 함께 한반도종단철도(TKR)를 복원하고 이를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및 만주횡단철도(TMR), 중국횡단철도(TCR)와 잇고 일본과도 해저터널로 연결해 동북아경제권을 유럽경제권과 직접 연결시키는 ‘철의 실크로드’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이래저래 분위기는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정치적 리스크를 북한측이 얼마나 해소해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기업 관계자는 “워낙 정치적 리스크가 큰 데다가 개성공단 사태를 겪은 뒤 굳이 북한에 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상당하다”며 “이번 회담이 향후에도 이어져 기업들이 안심하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