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프는 멀리, 인내심은 가까이’가 39홀 레이스의 버팀목

2013-06-10 14:24
박인비, 웨그먼스 LPGA챔피언십에서 시즌 4승째…연장 세 번째 홀에서 버디로 매추 따돌려

우승컵을 받쳐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박인비.

하루 39홀의 ‘마라톤 레이스’, 길이 10㎝ 안팎의 깊은 러프 싸움. 최후의 승자는 박인비(25·KB금융그룹)였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박인비가 올해 열린 메이저대회 두 개를 싹쓸이했다.

박인비는 1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피츠퍼드의 로커스트힐CC(파72)에서 열린 미국LPGA투어 ‘웨그먼스 LPGA챔피언십’에서 4라운드합계 5언더파 283타를 기록, 카트리오나 매추(42·스코틀랜드)와 공동선두로 정규 경기를 마쳤다.

두 선수의 희비는 연장 세 번째 홀에서 갈렸다. 18번홀(파4·길이369야드)에서 열린 세 번째 홀 경기에서 박인비가 6m 버디퍼트를 성공하며, 러프를 전전한 끝에 보기 퍼트를 남겨둔 매추를 제쳤다.

박인비는 지난 4월 열린 크라프트 나비스코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메이저대회에서 연속 정상에 섰다. 2008년 US여자오픈까지 포함하면 통산 메이저대회 3승째다.

투어에서 한 시즌에 메이저대회 연승을 한 것은 2005년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이후 8년만이다. 또 시즌 초 두 메이저대회(나비스코챔피언십, LPGA챔피언십)을 동시에 석권한 것은 박인비가 투어 사상 여덟 번째다.

박인비는 올해에만 투어 13개 대회가운데 4승을 독차지했다. 우승상금 33만7500달러(약 3억7700만원)를 받은 그는 시즌 상금(122만1827달러) 랭킹 1위를 질주했고, 통산 상금(648만9551달러) 랭킹 25위에 올라섰다.

박인비는 이 대회에서 한국선수로는 두 번째로 우승했다. 박세리는 1998년 이 대회에서 첫 승을 올린데 이어 2002년과 2006년에도 이 대회 정상에 섰다.

이 대회는 악천후로 1, 2라운드가 하루씩 순연된 바람에 최종일에 36홀(3, 4라운드) 경기가 펼쳐졌다. 오전에 치러진 3라운드에서 1타차 선두로 올라선 박인비는 오후 4라운드에서 3오버파를 치며 주춤거렸다. 정규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티샷이 깊은 러프에 떨어진 바람에 보기를 범해 매추와 함께 연장전에 들어갔다.

박인비는 그러나 연장전에서 ‘러프의 교훈’을 잊지 않았다. 18, 10번홀에서 치러진 연장 첫 번째, 두 번째 홀 경기에서 티샷을 페어웨이와 얕은 러프에 떨궈 파를 잡았다.

다시 18번홀에서 치러진 연장 세 번째 홀 경기. 직전 홀에서 티샷이 러프에 빠진 후 가까스로 파를 세이브한 매추가 또다시 티샷을 러프로 보냈다. 박인비의 티샷은 페어웨이에 멈췄다. 매추는 나무 가지아래 깊은 러프에서 우드로 볼을 굴렸으나 그린앞 러프에 멈췄고 세 번째 샷마저 그린에 오르지 못했다. 두 번만에 볼을 그린에 떨군 박인비는 약 6m거리의 버디퍼트를 성공, 승부를 가름했다.

하루 39홀 경기를 하면서도 기복없는 인내심, ‘러프는 피하고 본다’는 전략이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박인비는 경기 후 “정규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티샷이 좋지 않아 연장전에 나간 것만 해도 행운”이라며 “마라톤에서 완주한 느낌이다. 정말 힘든 하루였다”고 말했다.

한국선수들은 ‘톱10’에 여섯 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최운정(볼빅) 유선영 신지애(미래에셋) 양희영(KB금융그룹)은 공동 5위, 최나연(SK텔레콤)은 재미교포 미셸 위(나이키), 지난해 챔피언 펑샨샨(중국)과 함께 공동 9위를 기록했다. 이례적으로 초청받은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 고보경(16·리디아 고)은 1오버파 289타로 공동 17위를 차지했다.

세계랭킹 2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공동 28위에 머물렀다. 9주째 랭킹 1위를 지킨 박인비는 루이스, 최나연 등 추격자들을 멀찍이 따돌리고 ‘골프 여왕’으로 롱런할 디딤돌을 놓았다.

 ◆최종 순위
                        ※파:72,☆은 연장전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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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     선수                           성적(1∼4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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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인비☆                          -5   283(72·68·68·75)
2 카트리오나 매추               “       ” (71·71·73·68)
3 수잔 페테르센                  -4   284(72·73·74·65)
“ 모건 프레셀                       ”        “ (68·70·71·75)
5 양희영                               -3   285(71·70·74·70)
” 최운정                                 “       ” (67·73·73·72)
“ 유선영                                 ”       “ (73·69·70·73)
” 신지애                                 “       ” (68·73·69·75)
8 최나연                                -2   286(72·70·70·74)
“ 미셸 위                                ”       “ (76·68·71·71)
” 펑샨샨                                  “      ” (74·70·72·70)
17 고보경(아마)                   +1   289(77·70·73·69)
19 청야니                              +2   290(72·74·71·73)
28 박세리                              +4   292(70·74·76·72)
“ 스테이시 루이스                 ”        “ (74·72·7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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