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중의 시시콜콜> 외교력은 없고 해명만 있는 정부

2013-06-04 14:49

아주경제 오세중 기자=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에 얻은 별명은 '깜깜이 정부'였다. 인사부터 모든 것이 알려지지 않고 소통도 없다는데서 비롯된 불명예스러운 호칭이다. 하지만 단순 밀봉 인사 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스스로 소통이 잘 안되고 타협보다는 청와대의 주장만을 고집해 왔다는 지적에서도 비롯됐다.


최근 외교안보라인의 정책이나 대응을 보면 이 소통의 문제가 다시 떠오른다. 청와대가 출범 초기 보인 자기주장과 설명을 가장한 해명만 난무하다. 먼저 개성공단 문제를 다루는 주관부처인 통일부가 그러했다. 다른 체제의 국가인 북한을 통일부만의 외교력으로 대화에 앉히려는 노력보다는 정부의 원칙을 내세우면 융통성을 보이고 있지 않다. 심지어는 통일부는 지난달 3일 북한이 개성공단 원부자재 등의 반출을 위한 방북 허용 사실을 숨겼다. 이후 기자들은 북한 매체를 통해 이 내용을 확인해야 하는 웃지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통일부는 뒤늦게 해명했지만 깜깜이 정부 스타일의 숨바꼭질은 계속됐다. 뒤늦은 사실관계 해명만이 난무하며 북한과 성명전의 연속이었을 뿐 소통의 노력은 부족했다.

특히 탈북민 청소년 9명의 강제북송 사건을 보면서 외교부의 대응방식도 도마위에 올랐다. 정부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로 시작해서 어린 탈북민들이 강제 북송된 이후 "최선을 다했다"로 바뀌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아이들에게는 '생존과 직결될 수도 있는 큰 도전'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외교부가 말하는 '최선'에 공감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외교부가 내놓은 것은 이례적인 라오스의 탈북민 북송이었다는 해명이었다. 이해한다. 하지만 이례적인 일에도 대응하는 것이 외교력이고 외교부가 할 일이다. 메뉴얼대로 다 되면 아무나 가서 할 일이지 외교부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지난 3일에는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과 김희태 북한인권개선모임 사무국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공관의 안일한 대응에 대한 사례를 공개했고, 외교부는 이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또한 중국이 어떤 나라도 탈북 청소년 이송 시 접촉이 없었다고 공식 발표를 하면서 외교가가 술렁였다. 외교부는 전화와 서한으로 여러 차례 중국에 협조 요청을 했다고 다시 주장했다. 외교부도 노력했는데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해명만큼 빠르게 대응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밝힐 수 없는 것은 많고, 외교력은 없고 성명전과 해명이 뒤범벅된 사이 개성공단은 죽어가고 그 어린 탈북민들은 강제 북송됐다. 똑똑한 우리 정부의 부처 공무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당신들의 진정성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