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기업 韓 탈출, 경제 엑소더스 직면”

2013-06-04 11:00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우리 경제의 엑소더스, 즉 기업들의 국내경제 탈출 러쉬(Rush)가 우려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최근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급속히 나빠지면서,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되는 ‘경제 엑소더스’ 가능성에 직면해있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4일 이를 방증하기 위한 7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정책적 측면에서 최근 글로벌 법인세 인하경쟁 속에 한국만 증세하려 하고 있고, 과도한 기업 규제로 한 번 한국을 떠난 기업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려 하고 있다. 또한 하도급법 개정으로 환율변동, 제품 시장가격 변동 등에도 불구, 납품단가의 탄력적 조정이 어려워져 해외로의 거래선 변경 유인이 증가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최근 엔화가치의 하락과 국내의 높은 생산요소 비용으로 기업들의 해외생산 기지 확대를 부추기고 있다. 사회적 측면에서도 경직적 노사관계로 인해 노사간 협력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며, 반기업 정서의 확산으로 기업인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진 실정이다.

전경련은 “우리 경제의 엑소더스 현상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전년도 국제수지표상 해외직접투자는 236억3000만달러인데 반해, 외국인직접투자는 50억달러에 불과했다”며 “이는 국내로 들어온 돈보다 해외로 나간 돈이 5배가량 많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경제성장의 주요 동인인 기업들이 한국경제를 이탈할 경우, 우리경제의 구조적 침하가 가속화되면서 저성장 구도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경제 엑소더스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경영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기업경영 환경이 안정적으로 뒷받침될 때 기업들은 예측불허의 경영 환경에서에도, 새로운 사업기회 창출을 위한 국내 투자와 고용을 늘려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역주행하는 증세논의
최근 주요 선진국들은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속적으로 법인세를 인하하고 있다.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법인세율이 1990년 38.1%에서 2012년 25.4%로 12.7%p 인하된 가운데, 미국은 법인세율을 현재 35%에서 28%로, 영국은 24%에서 22%로 추가 인하할 예정이다. 북유럽 국가들의 법인세율 인하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스웨덴은 26.3%에서 22%로, 덴마크는 25%에서 22%로, 핀란드는 24.5%에서 20%로 인하할 방침이다.

반면 한국은 비과세 및 감면 대상의 일몰 도래시 이를 원칙적으로 폐지한다는 입장이며, 정치권에서는 이미 법인세율 인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이 발의돼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 회부된 상황이다.

◆과도한 기업규제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2년 우리나라의 정부 규제 부담 및 규제개선 효율성은 총 142개국 중 각각 114위, 96위에 불과하며, 스위스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2013년 기업관련 법규 경쟁력 역시 총 60개국 중 39위로 하위권이다. 이러한 규제 부담으로 해외로 떠난 기업들은 국내로 다시 들어오기를 꺼려하고 있다.

전경련이 작년 7월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기업 164개사중 국내 U턴을 고려하는 기업은 단 1개사(0.7%)이며, U턴 촉진 과제로 ‘각종 규제 해소’를 가장 많이 지적했다.

◆납품단가 조정 어려움
최근 기업들은 환율변동, 글로벌 가격 경쟁 심화 등 시장변동에 따른 신속한 가격조정 압박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하도급법 개정으로 시장가격 변동 등 단가조정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납품단가를 인하하면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된다.

기업들은 단가인하 조정이 사실상 금지됨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해 부품공급선을 외국 기업으로 이전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미국내 32인치 액정화면(LCD) TV 가격은 2005년 1566달러에서 2011년 319달러로 79.6% 하락했다. TV 부품원가 역시 동일 비율로 저렴하게 생산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엔저현상 지속
2013년 5월 원/엔 평균환율은 1100원으로 2012년 평균 환율 1413원 대비 약 22.2%나 하락했다.

전경련이 올해 3월중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의 평균 손익분기점 환율은 1185원으로 국내 산업은 이미 적자구조에 직면한 상황이다. 엔저가 장기화될 경우, 과거 일본이 경험했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한 생산단가 안정의 목적으로 기업들의 생산기지 해외이전이 우려된다.

◆높은 생산요소 비용
국내의 산업용지 가격은 ㎡당 59만원으로 중국의 2.1배, 베트남의 4.0배 수준이며, 공업용수 가격은 t당 820원으로 각각 2.2배, 2.0배에 달한다. 인건비 측면에서도 우리나라 제조업의 시간당 근로자 보수는 18.9달러로 대만의 2.0배, 필리핀의 9.4배 수준이다.

◆경직적 노사관계
WEF가 발표한 2012년 우리나라 노동시장 효율성순위는 총 144개국중 73위이며, 노사간 협력 순위는 129위로 최하위권이다. 경직적 노사관계로 인해 우리나라 1,000인당 근로손실일수는 30.2일로, 독일 0.7일, 홍콩 0.1일 등 주요국보다 훨씬 많다.

◆반기업 정서 확산
국민들의 기업호감도 지수는 2010년 상반기 54.0을 고점으로 지속 하락, 2012년 하반기 49.8로 4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한·중·일 동북아 3국간 기업호감도 수준 비교시 대기업에 호감을 가지는 우리나라 국민 비율은 57.3%로, 중국 82.6% 및 일본 65.5%보다 낮다. 양극화 등 모든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한 대기업책임론이 대두되고, 이에 대한 징벌적 대기업 규제 법안이 쏟아짐에 따라 반기업 정서가 더욱 빠르게 확산될 조짐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