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철 기자의 리딩 부동산> ③판교신도시, 청약 당첨이 '로또'… 그 명성 되찾는다
2013-06-04 07:55
중소형 중심 회복세 뚜렷… 중대형 시세 분양가 앞서<br/>'알파돔시티' 개발 사업 순항… 지역 집값 상승 기대감 견인
청약 광풍이 불다가 침체에 빠진 판교신도시 부동산 시장이 알파돔시티 개발을 계기로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사진은 판교 백현마을 4단지. [아주경제 DB] |
글로벌 금융 위기라는 대형 악재 속에서도 이 같은 기대감은 지속됐다.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들은 분양가보다 수억원 얹은 가격에 매매가 이뤄졌다. 분양시장도 다른 지역은 죽을 쒔지만 판교만큼은 예외였다.
하지만 지난 1~2년 새 계속되는 부동산시장 침체에 판교도 휘청했다. 입주 초기 나타나는 기반시설 부족과 중대형 아파트 하락이 주된 이유다.
그랬던 판교가 최근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대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인 알파돔시티 사업이 순항하면서 시장 회복세는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곳은 입지가 우수한 데다 아파트 입주가 대부분 마무리됨에 따라 '신흥 부촌'이라는 명성을 다시 되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로또' 신도시 위엄, 경기침체에 무너져
판교신도시에 첫 아파트 분양이 이뤄진 것은 부동산시장 호황기였던 2006년이다. 처음부터 서울 강남권 수요를 대체하기 위한 신도시로 조성된 데다 중소형 아파트 등이 포함되면서 중산층을 중심으로 청약 광풍이 불었다.
2006년 5월 이곳에서 공급된 '풍성신미주' 아파트는 최고 2073대 1이라는 기록적인 청약 경쟁률을 나타내기도 했다.
금융 위기 이후 서울·수도권 분양시장에는 찬바람이 불었지만 판교만큼은 인기가 여전했다. 이 지역에서 공급된 단지들은 대부분 순위 내 마감을 거뒀다.
2010년 6월에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한 '판교 월든힐스' 타운하우스가 98가구 모집에 3025명이 신청하며 평균 40.5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10년 당시 전국 최고 경쟁률이었다.
청약부터 수요자들이 몰리니 입주 후 프리미엄(웃돈)도 적지 않게 붙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6년 당시 3.3㎡당 1600만~1800만원에서 분양됐던 아파트는 입주 후 2009~2010년 3.3㎡당 3000만원 선에 거래됐다.
2009년 1월 공급됐던 백현마을 1단지 전용 139.7㎡형은 2011년 7월 입주 당시 매도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가 13억9000만원으로, 분양가(8억5000여만원)보다 5억4000만원가량 뛰기도 했다. 같은 단지 117.5㎡형은 분양가 6억8000여만원에서 12억원 선으로 웃돈이 5억1000만원 이상 붙었다.
하지만 중대형에 대한 수요자들의 외면은 판교도 비켜갈 수 없었다. 지난해부터 중대형을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판교원마을 5단지 116.04㎡형은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10억원 이상에 거래됐다가 지난해 말 9억원 선이 무너진 이후 현재 9억2000만원 선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백현마을 1단지 전용 139.7㎡형은 지난해 9월 12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입주 때보다 1억7000만원까지 내렸다.
인근 열린공인 관계자는 "4·1 부동산 대책의 양도세 면제 대상도 아니어서 큰 호재가 없는 편"이라며 "현재 호가가 12억원 중반대에 형성돼 있지만 실제로 그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중소형 중심으로 가격 회복세…'알파리움' 개발 기대감 '솔솔'
중대형 아파트가 많은 판교신도시에 4·1 부동산 대책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중소형을 중심으로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최근 대책의 약발이 주춤하긴 했지만 판교 중소형 아파트에 수요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호가도 상승세"라며 "중대형도 고점 대비 떨어졌지만 아직도 분양가보다는 높게 형성되는 등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판교원마을 9단지 전용 84.99㎡형은 지난해 말 6억9000만원 선에서 올해 초 5억20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호가는 6억2000만원 선으로 1억원 가까이 올랐다. 백현마을 5단지 전용 84.7㎡형도 3월 6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호가는 4000만원 뛴 6억9000만원 선이다.
판교동 신세계부동산 관계자는 "대책 발표 이후 9단지 중소형 위주로 거래가 늘면서 시세도 수직 상승했다"며 "실제 거래도 6억원 선에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에는 5조원 규모 대형 개발 프로젝트인 알파돔시티 사업이 본격 추진되면서 이 지역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알파돔시티자산관리는 이곳에 들어서는 주상복합아파트 '판교 알파리움' 청약에 들어갔다. 이미 3일 특별공급에서는 평균 경쟁률 2.47대 1을 기록하며 다음날 예정된 일반공급에 청신호를 보냈다. 이 아파트는 신분당선 판교역을 중심으로 조성되는 중심상업지구에 위치한 데다 분양가도 3.3㎡당 1897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알파돔시티 사업이 수년간 지연되면서 판교신도시 부동산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웠다"며 "하지만 사업이 가시화됨에 따라 판교 집값이 본격 상승세를 타는 데 일조할 것"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