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 70% 로드맵…‘시간제 근로’ 논란 가중

2013-06-03 13:44
일자리 질 하락…비적규직 양산 우려 지적<br/>매년 47만개 일자리 창출해야 가능…현실성 고려해야

아주경제 배군득·유지승 기자=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정부의 일자리 로드맵이 곧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핵심 정책으로 포함된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놓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자리 질 하락으로 비정규직 양산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오는 6월 초 고용률 70%를 달성할 범정부 차원의 로드맵을 공개한다. 오는 2017년까지 일자리 238만개를 창출해 고용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며 일자리를 많이 늘리고 지금 일자리를 지키며 일자리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늘지오' 정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고용률 70%를 이루기 위해선 5년간 매년 47만∼48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연간 고용률은 59.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과 같이 15~64세 고용률로 환산하더라도 64.2%에 그친다.

더욱이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일자리 창출은 희망사항에 그칠 뿐이다. 최근 대내외 경기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엔저와 북한문제 등 해법 마련이 녹록지 않은 현안들까지 산적해 있어 저성장 기조를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가 좀처럼 마련되지 않는 상황이다.

노동계에서는 획기적인 변화 없이 정부의 목표치 달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간제 근로자 등 비정규직 양산으로 수치상 고용률을 높이는 형식적 목표 달성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현재 추세와 사회적 조건에서는 가장 낙관적인 일자리 창출 시나리오를 적용해도 2017년 고용률이 새 정부의 목표치인 70%에 크게 미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비관적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목표 달성은 기존 신자유주의 유연화를 중심으로 하는 고용정책의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불가능해 보인다"면서 "정부 공약은 (노동시간) 유연성을 결합해 추진하는 것인데, 고용률은 거의 늘리지 못한 채 불안정한 고용을 대폭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취임 당시 300만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재임 기간 중 목표치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125만개(41%)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통계청 고용지표와 현실 사이에 괴리감이 컸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증가한 일자리의 70% 정도가 50대 이상 연령대에 집중돼 있고, 시간제 아르바이트와 자영업자 증가에 기인해 양적인 면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 낙제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일각에선 정년연장법이 정착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 중·고령층 고용안정을 제고하고, 고용주 부담을 완화한다면 고용률 70% 달성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안으로는 학력집단별 차별화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 취업 증가율 둔화를 보이는 청년층의 전반적인 고용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연수 KDI 연구위원은 "고학력 청년층의 경우 내실 있는 청년인턴제 운영을 통해 노동시장으로의 이행 기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며 "저학력 청년층은 선 취업 후 진학을 활성화해 노동시장 조기진입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형권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은 "고용률 상승과 함께 우리 경제가 창조형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서비스 분야에서 개인 창의력 등을 활용해 소득과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